<블랙 호크 다운>의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와 어떻게 만났나.
30년 전 샌프란시스코에서 타이어 광고를 찍다가 처음 만났다. 당시 제리가 이제부터는 영화를 하겠다는 포부를 털어놓기에 “왜, 아니겠어!”라고 대답한 기억이 난다. 이후 동생 토니와 그는 5편이나 같이 작품을 했는데, 웬일인지 나와는 인연이 없었다. 둘이 함께 영화를 만들면 이런 작품이 좋지 않겠냐는 논의를 어렴풋이 했는데, <블랙 호크 다운>이 거기에 딱 들어맞았다.
촬영장 분위기를 표현한다면.
내가 지금까지 만든 어떤 영화보다 몰입의 정도가 깊었다. 촬영이 없는 배우들도 현장에 나와 진행상황을 지켜보았다. 펜타곤은 우리에게 진짜 전투기와 특급 병력을 제공했고, 그들은 <블랙 호크 다운>의 촬영을 일종의 진지한 훈련으로 생각했다.
연출 노선은.
나는 <람보>의 모가디슈 전투 버전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보여주고자 한 것은 특공대와 델타포스가 전투에서 실제로 취한 움직임이었다. 다루는 사건이 최근 일어난 일이고 그 느낌이 아직 모두에게 생생할 경우 변죽을 울리거나 로맨틱하게 포장하는 연출은 불가능하다. 말하자면 전쟁의 해부를 시도한 것인데, 직소퍼즐처럼 전투상황의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할 때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최고의 스토리는 진실에서 나오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점점 더 실제 사건에 기초한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
특수효과에 대한 입장은.
이미지가 ‘날것’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CGI를 되도록 제한했고 블루스크린 촬영은 쓰지 않았다. 블루스크린은 효과가 좋은 기법이지만 <블랙 호크 다운> 같은 영화에서 필수적인 긴박한 위기감을 탈색시킨다.
폭격 신이 논스톱으로 이어지는 영화를 편집할 때의 난점은.
총격과 폭격, 고속의 무기를 2시간 가까이 쓰다보면 관객의 감각을 완전히 마비시키는 수가 있다. 교과서적인 해결책이 있다면 관객을 주기적으로 풀어주는 것이다. 나 역시 그 점을 명심하고 촬영에 들어갔지만 막상 이완의 시점을 정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다가 퍼뜩 깨닫기를, 이것은 관객을 풀어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 가차없이 밀어붙이는 연출을 어떻게 조정하느냐, 음악적으로 할 것이냐 침묵으로 할 것이냐의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무척 까다로운 오케스트레이션이었다.
개봉이 2002년 3월에서 2001년 12월로 앞당겨졌다. 오스카 노미네이션 자격을 얻기 위해서라지만, 9·11 테러 사태로 조성된 애국적 무드와도 관련있지 않은가.
9·11 사태 이후 이보다 더 영화와 유관한 사건은 없다는 레벌루션 스튜디오의 조 로스와 마케팅팀의 판단에 의해 개봉을 앞당겼다. 내 생각도 같았다. 소말리아 사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의 ‘드레스 리허설’과 같았다. 마크 보덴의 책은 어떤 끔찍한 사태를 보았을 때 간여할 것인가 말 것인가 또한 발을 들여놓았을 경우 어떻게 빠져나올 것인가의 영속적인 질문을 던진다. 보복의 성격이 추가됐다는 점을 빼면 보덴의 책은 내게 있어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대한 비유 같았다. 원래는 9월11일 사건을 언급한 에필로그를 더했으나, 영화 자체가 이미 하나의 코멘트인 점에 합의하고 다시 삭제했다.
성공한 감독의 비밀을 귀띔한다면.
첫째는 열정, 그 다음은 스태미나다. 종일 영화를 찍고 저녁이면 러시와 눈싸움을 하는 처지라 나머지 시간에는 배우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좀 모범생 타입으로, 술을 마시되 잘 취하지는 않는다. 항상 공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이 기사는 콜럼비아 트라이스타가 제공한 방송홍보용 인터뷰와 영국 일간지 <가디언> <옵저버> <보스턴 글로브>와의 인터뷰에서 발췌했습니다.
리들리 스콧 필모그래피
1977년 <결투자>(The Duellists)
1979년 <에이리언>(Alien)
1982년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6년 <레전드>(Legend)
1987년 <위험한 연인>(Someone to Watch over Me)
1989년 <블랙 레인>(Black Rain)
1991년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
1992년 (1492: Conquest of Paradise)
1995년 <화이트 스콜>(White Squall)
1997년 <지 아이 제인>(GI.Jane)
2000년 <글래디에이터>(Gladiator)
2001년 <한니발>(Hannibal)
2002년 <블랙 호크 다운>(Black Hawk Down)▶ <블랙 호크 다운>, 전쟁영화의 새로운 걸작이 탄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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