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9월4일까지 장소: LG아트센터 문의: 1566-7527
“웰컴 투 라카지오폴.” 화려하게 치장한 라카지걸들이 브라스밴드의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춘다. 라스베이거스 쇼를 보는 기분이다. “Oh, Oh.” 그런데 저들의 팔과 다리의 근육이 꽤 육중하다. 그렇다. 라카지오폴은 게이클럽이다. 남자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천성이 여자인 그들이 라카지걸의 정체다.
뮤지컬 <라카지>는 클럽 라카지오폴을 무대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다. 존경받는 리더 조지는 클럽의 주인이며, 앨빈은 평소 히스테릭한 성격 탓에 주변을 긴장하게 만들긴 하지만, 폭발적이고 감성적인 가창력으로 공연마다 기립박수를 이끌어내는 클럽의 디바다. 둘은 평생을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서로를 아끼고 보듬는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이 정성을 다해 키운 아들 장미셀이 폭탄선언을 한다. 바로 게이를 사회악으로 여기는 극보수주의 정치인 에두아르 딩동의 딸 안느와의 결혼 발표. 사랑하는 아들의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예비 사돈이자 보수주의자인 딩동을 속여야 한다. 앨빈은 아들을 위해 다시 남성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식의 홍길동의 탄식처럼 앨빈의 비애를 비장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아내 혹은 엄마의 사랑으로 ‘남자 흉내내기’의 당위성을 표현한다. <라카지>는 끝까지 웃음과 밝음을 잃지 않는다. 그 속에서 뮤지컬 <라카지>는 사회적인 편견과 가족간의 사랑까지도 전한다.
극의 중심을 잡고 있는 캐릭터는 당연히 앨빈이다. 앨빈 역으로 더블 캐스팅된 배우 정성화의 개그 본능이 빛을 발한다. 정성화는 한국 중년부인 특유의 ‘아줌마스러움’까지 캐릭터에 결부시킨다. 매번 공연에 늦으면서도 당당하고 우아한 디바로, 중년의 푸근함이 느껴지는 엄마로, 여기에 재치 넘치는 입담 또한 일품이다. 그에 홀리다 보면 동성애자들이나 트랜스젠더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는 유쾌하게 잊어버린다.
여기에 이야기 사이에 등장하는 라카지걸들의 화려한 쇼가 극의 유쾌함을 극대화한다. 신마다 다른 컨셉과 세련된 의상 그리고 무대미학이 더해진 라카지걸들의 군무는 유니크하고 색다른 비주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특히 작품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La Cage Aux Folles’ 신은 라카지걸들의 최고의 명장면. 새장이라는 신비로운 공간에서 흑조를 떠올리게 하는 그들의 몸짓이 황홀하다. 왜 이제야 왔니. 토니상 3회 수상이란 명성에도 불구하고 30년 만에 도착한 것이 억울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