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2013년 1월20일까지 장소: 백남준아트센터 문의: www.njpartcenter.kr
텔레비전 모니터 몇개로 연결된 로봇이 꽃으로 꾸민 자동차에 올라타 있다. 작가가 붙인 이름은 <마르코폴로>(1993). 또 다른 모니터 로봇은 천을 뒤집어쓰고는 낡은 자전거 위에 몸을 올린다. 백남준은 이를 <징기스칸의 복권>(1993)이라 불렀다. 자전거 뒤쪽에는 정보 수송과 관련된 기계들이 잔뜩 실려 있다. 고 백남준의 생일인 지난 7월20일 개막한 이 전시는 백남준이 꿈꾸었던 미래와 상상했던 과거가 한데 복잡한 회로도처럼 얽혀 있다. 작가의 일생이나 특정 시기의 작품이 아니라 백남준이 제시했던 ‘미래의 비전’을 보여주는 데 포인트를 찍은 전시인 만큼 그가 몰두했던 포스트 휴먼, 사이버네틱 시공간, 오픈 엑세스, 로봇 등의 주제가 다채롭게 반영되어 있다. 특히 여러 개의 로봇이 한데 모인 ‘로봇 극장’ 섹션에 들어서면 찰리 채플린, 선덕여왕, 율곡이라 이름 붙은 다양한 로봇을 만날 수 있다.
외계에서 떨어진 것 같은 ‘노스탤지어는 피드백의 제곱’이라는 전시 제목은 대체 무슨 말일까. 이 문장은 1992년 백남준이 작성한 글의 타이틀이라고 한다. 그는 과거를 뒤돌아볼 때 갖게 되는 노스탤지어야말로, 타인이 우리에게 주는 피드백(feedback) 이상의 훨씬 강렬한 깨달음을 줄 수 있다고 보았다. 그가 역사 속의 칭기즈칸과 마르코폴로를 자전거에 태우고 텔레비전과 연결시킨 것도 어제와 내일이 자유롭게 뒤섞인 소통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작가가 보는 과거의 ‘향수’는 동과 서가 자유롭게 만나고 인간과 기계 그리고 자연이 경계없이 느낌을 주고받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백남준 외에도 마이클 스노, 구보다 시게코, 이불, 김신일 등 국내외 12팀 작가의 작업을 볼 수 있다. 백남준의 테크니션으로 활동하기도 한 빌 비올라의 비디오 <지고의 존재>, 올라퍼 엘리아슨의 <당신의 모호한 그림자>는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 MIT의 미디어랩 교수인 안토니오 문타다스의 <파일 룸>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세계 각국의 예술과 문화 분야의 검열 사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한 것으로, 지금도 꾸준히 리스트업되며 확장되고 있다. “비디오는 일직선으로 나가는 시간의 화살을 빠르게 하거나 늦출 수 있고, 방향을 뒤바꾸고 뒤집을 수 있으며 그 흐름을 휘게 하거나 비틀 수도 있다”는 백남준의 말이 이번 전시의 느낌을 대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