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이 개봉 8일 만에 전국관객 430만명을 돌파했다. 너무 빠른 속도가 의아할 수 있지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집계된 자료이니 누구도 믿어 의심치 않을 것이다. 과거에는 극장매출을 배급사가 집계해주는 대로 알고 있어야 했다. 그렇다고 배급사는 모든 정보를 한눈에 꿰뚫을 수 있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배급사 역시 개별 극장의 관람인원과 관람수익은 극장이 말해주는 걸 듣고 정보를 집계했다. 정확도를 위해 입회인(극장 매표소에서 개별 영화의 관람객 수를 측정하는 사람)을 내보내기도 했지만, 그 또한 100%에 가까운 정확함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 영화인들은 정말 마음 편히 일하고 있다. 통합전산망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집계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극장의 가입률은 100%에 가깝고, 다음날 오전 9시면 관람인원과 관람료가 정확히 집계된다. 생각할수록 똘똘한 시스템이다.
통합전산망이 시행된 건, 2004년 1월1일부터다. 하지만 영화계는 1996년부터 통합전산망을 요구했다. 영화 제작비가 상승했고, 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보다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집계시스템이 필요했던 것이다. 통합전산망을 구축하기까지의 어려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다. 관객이 많이 찾지 않는 극장의 경우, 결국 인기가 없는 극장이라는 사실을 알릴 수밖에 없어서였다. 자신들을 도둑놈 취급하냐는 이유도 있었다. 그럼에도 정부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그리고 영화계가 지원책과 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한 초석이라는 명분하에 꾸준히 설득한 결과 다행히 전국 극장 가운데 70% 내외의 극장을 연동해 통합전산망을 시행할 수 있었다. 이제는 통합전산망을 반대하는 극장이 없다. 영업비밀 때문에 곤란한 극장도 없고, 관람수익을 빼돌린다고 소송에 연루되는 극장도 없어졌다.
그런데 이제는 극장수익 외에 부가수익도 점점 상승하는 추세다. 많은 관객이 집에서 편안하게 IPTV를 비롯한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로도 영화를 즐긴다. 하지만 아직 온라인 시장의 통합전산망 시스템은 시행되지 않고 있다. 시행을 못하는 이유 또한 과거처럼 회사의 영업비밀을 공개할 수 없다는 온라인 사업자들의 입장 때문이다. 유관부처도 문화체육관광부, 정보통신부 등등으로 분할되어 누군가가 통합하고 조율하려는 움직임이 없다. 영진위의 통합전산망을 ‘영진위 온·오프라인 통합전산망’으로 만들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다. IT강국인 우리나라의 기술로 봐서는 한두달이면 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이 지면을 빌려 당부드린다. 온라인 사업자들이 얼마나 정확하고 올바르고 깨끗한지 잘 알고 있다. 그러니 그러한 공정함을 만천하에 공개하자는 거다. 영화계의 투명성을 알리고, 영화산업을 정말 섹시하게 만들고자 한다면 절대 미뤄서는 안될 문제다.
지금 온라인 시장의 수익정보는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올레TV 같은 서비스 프로바이저들이 매월 한번씩 집계해 권리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극장 통합전산망 이전의 상황과 비슷한 셈이다. 영진위 영화특징점DB사업 기술전문위원인 조시연씨는 “매출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과 함께 전산망 연동에 필요한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서비스 프로바이저들이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오프라인 통합전산망 구축에 대해 영진위의 기조는 최대한 빠르게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월, “IPTV 사업자, 인터넷 VOD 사업자 등 영화 온라인 유통 플랫폼 사업자가 참여하는 ‘(가칭)영화 디지털 온라인 시장 통합전산망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며 사업자들이 의무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게 하는 취지의 법령 개정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업을 담당할 영진위는 시스템 구축 이전에라도 IPTV 등 핵심 온라인 시장 통계 자료를 월별로 집계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