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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의TVIEW] 질펀하게, 행복하게, 놀아줘!

Mnet <유세윤의 아트 비디오>에서 ‘천만 조회수’보다 중요한 것

사실 유세윤이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 MC를 그만두길 바랐다. “제가 요즘 들어 많이 힘들었던 이유는 예전에 ‘나는 무엇이 될까?’ 했을 때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은데, 벌써 ‘무엇’이 되어버린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가장 행복했던 때는 이미 지나버린 것 같아서 ‘내가 앞으로 무엇이 될까?’가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어요.” 지난 2월 방송에서 그가 고백했을 때 이혼, 사업 실패, 루머, 스캔들 등 어떤 안타까운 사연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라디오 스타>의 그 누구도 잠시 입을 열지 않았고, 유세윤은 벌게진 눈으로 카메라를 피해 고개를 돌렸다.

김구라가 과거의 잘못된 발언 때문에 <라디오 스타>에서 하차한 뒤, 유세윤을 포함한 몇몇 MC가 <라디오 스타>를 떠난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고 해서 늘 행복하지는 않음을, 혹은 남들이 보기에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는 것 같은 사람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님을 알기 때문에 그에게는 정말 휴식이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아무도 떠나지 않은 채 <라디오 스타>가 재시동을 걸 즈음, 유세윤은 Mnet <유세윤의 아트 비디오>를 시작했다.

낡은 비디오 가게에 프로덕션을 차리고 유튜브 조회수 100만번에 빛나는 뮤직비디오 <니 여자친구 못생겼어>를 제작한 유병재를 조감독으로 기용한 ‘신인감독’ 유세윤은 일견 Mnet <음악의 신>의 이상민과 닮아 있다. 그가 킹콩 역을 주겠다며 찾아간 박진영은 문을 닫은 뒤 매니저에게 “다음에 연락 오면 받지 말라” 하고, 한류스타라서 캐스팅을 탐내는 태티서는 유세윤의 명함을 살짝 버리고 간다. 내 마음대로 붙인 장르명, ‘Mnet 구라류’ 프로그램이 대체로 이렇듯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연기인지는 헷갈린다. 하지만 중요한 건 회를 거듭할수록 온갖 황당하고 뜨악한 아이디어를 마구 던져놓고, 심지어 실현하는 유세윤을 지켜보는 게 점점 즐거워진다는 점이다.

마흔이 넘어 록을 하고 싶다는 윤종신에게 꼬맹이들과 물총 싸움을 시키고 음식물 반입 금지 카페에 감자칩 봉지를 들고 들어가는 것으로 ‘저항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유리가면>적 트레이닝은 특히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저항의 끝은 가출”이라며 우는 아이 우유도 안 주고 집을 뛰쳐나와 “항상 벨 네번 안에 받던” 아내의 전화를 무시하며 뿌듯해하는 것으로 장단 맞추던 윤종신은 비록 뮤직비디오 제작비 300만원으로 ‘갑질’을 일삼지만 ‘을질’을 갑처럼 하는 유세윤의 당당함은 꺾이지 않는다. 홍보영상 제작을 의뢰하는 아이돌 ‘제국의 아이들’에게 “괄약근 보여줄 수 있냐”는 제안을 던지거나, “유세윤씨가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를 우려하고 있다”는 방송심의위원을 두고 “자기도 엄마 아빠 ‘안되는 거’ 통해서 세상에 나왔는데!”라며 분개하는 유 감독의 예술혼은 매주 명작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불후의 괴작과 함께 불타오른다. 김보성의 장중한 내레이션 “나 나나난 난난나 이-이-이- 일렉트릭 쇼크”가 깔리는 가운데 열연하는 f(x)라든가, 지난해 여름을 강타한 웹툰 ‘옥수역 귀신’을 원작으로 만든 단편영화에서 귀신 들린 연기를 보여준 김윤아를 보게 될 줄이야.

비록 ‘천만 조회수’를 목표로 시작해 아직 목표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도 달성하지 못했지만 <유세윤의 아트 비디오>는 어쩌면 세상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허튼 농담이 현실이 될 때의 즐거움으로부터 예술이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예술이야’에서 “도대체 뭐가 예술이야, 도대체 뭐가 코미디야, 도대체 뭐가 음악이야, 도대체 뭐가 인생이야, 도대체 뭐가 행복이야, 도대체 뭐가 세윤이야”라고 노래하던 유세윤이 지금 행복한지 어떤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냥 그가 행복하면 좋겠다. 1995년 캠코더를 들고 셀프카메라를 찍으며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소년처럼, 누가 보건 보지 않건 상관없이 다시 신나게 놀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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