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산책길>, Oil on canvas, 162x130cm, 2012.
기간: 7월19일까지 장소: 테이크아웃드로잉 녹사평 문의: http://takeoutdrawing.com
그림이 치료제가 될 수 있을까. 낡은 질문이지만 어떤 그림을 보면 아스피린으로도 해결되지 않던 묵은 마음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 찾아온다. 뜨거운 여름, 최은경의 그림을 보면 더위와 찾아온 약간의 울렁거림을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작가 최은경에게 그림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일이다. 그림과 그리움은 등을 맞대고 닿아 있고, 열(熱)과 그 열을 내리는 행위로서의 치료제가 붙어 있다.
<여름 산책길>은 투명한 여름빛이 숲과 바람의 녹색 기운과 만나 ‘흔들리는’ 상태를 담아냈다. 그림 속에는 뜨거운 공기에 휩싸인 여름 길 위를 걷고 있는 몇몇 사람들이 보인다. 작가의 그림을 바라볼수록 그의 풍경들은 모두 흔들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나무도, 바람도, 색깔도, 빛도, 눈에 남아 있는 잔상들도 모두 일렁거린다. <밤산책길>과 <겨울여행, 물수제비>에서도 공기, 습도, 온도는 한데 어울려 그림 안에서 마구 흔들린다. 그러면서도 이 흔들림을 잠재우는 어떤 토닥거리는 손길이 있다. 작가 최은경이 이번 전시와 더불어 내놓은 문장은 솔직하고 투명하다. “어지러운 일을 가라앉히고 몸에 오른 열을 풀어내려 어루만지며 진정시키듯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위로하고 위로받게 되었으면 좋겠다.” 아, 가끔은 이런 자기의 바람을 스스럼없이 내놓는 그림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