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족들을 무사히 구하게 되신 거 축하드립니다. 여기 일단 물이라도 드시면서. =아니 됐어요. 물 말고 콜라. 콜라 없어요? 물은 가족들이 마실까봐 내가 다 마셔버려서 청량음료가 먹고 싶긴 한데.
-콜라는 없는데. 그나저나 너무 안됐습니다. 식구들이 물을 마시면 안되니까 아예 그걸 다 마셔서 없애버린 희생정신. 정말 대단합니다. =제가 그동안 식구들한테 소홀했던 걸 생각하면 아무 일도 아니에요.
-그나저나 이번에 식구들이 연리지, 아니 연가시에 감염된 이유가 뭔가요? 죄송합니다. 이름이 너무 헷갈려서 실수를 했네요. =괜찮아요. 저도 처음에는 ‘해품달’처럼 무슨 줄임말인가 했어요. 경상도 친구들은 그게 무슨 생선가시 같은 거냐며 ‘연까시’라고 하더군요. 암튼 지난해에 식구들이 강원도로 캠핑을 갔거든요. 원래 제가 데리고 가야 하는데 갑자기 급한 회사 일이 생겨서 가족들만 갔죠.
-지난번에는 마라톤 한다고 밤낮으로 허벅지 찔러가며 운동만 하시고, 이번에는 제약회사에 취직해서 편하게 일하실 줄 알았더니, 아니 무슨 세상 일 혼자 다 하시는 거 같아요. =그러게요. 저만 힘들게 사는 거 같아요. 다른 아빠들처럼 아이들 운동회도 가고 같이 캐치볼도 하면서 즐겁게 살고 싶은데. 그렇게 휴가 때 운전할 사람이 없으니 마누라가 애들 데리고 고속버스에 시골버스에 몇번이나 갈아타면서 거기 계곡까지 갔어요. 거기서 연가시에 감염된 거죠. 그런 생고생한 거 생각하면 제가 입이 다섯개라도 할 말이 없네요.
-그래도 며칠 동안 잠도 안 자고 그 시간에 백신을 구해낸 건 믿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무조건 구해야죠. 돈이 얼마나 들건 상관없어요. 도둑질을 해서라도 구하려고 했으니까. 제약회사에서 일하면서 리베이트 일만 하며 살아왔는데 정작 그 약으로 우리 가족을 못 살린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런데 조아제약의 윈다졸, 실제로 존재하는 회사와 약이던데요? =국가와 국민을 볼모로 잡는 악덕기업으로 묘사되는데도 불구하고 PPL의 대인배라고나 할까요.
-그 백신을 C모 회사에서 다량으로 가지고 있는데 일부러 안 푼다는 얘기도 있었죠. 결국 그 회사가 대한민국을 구하긴 했지만. =정말요? 그러잖아도 지난번에 인터넷으로 암거래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굳이 투썸 플라나리아에서 만나자고 하고, 많이 필요하다니까 그건 의약외품이라 올리브양에서도 구할 수 있다고 하고 횡설수설하더라고요. 나중에 택배로 받고 보니 그 C회사 택배더군요. PPL의 제왕은 따로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