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맞이해 이거 할까, 저거 할까 생각하다가, 결국은 에어컨 앞에 앉아 수박 잘라먹으며 TV 보는 게 천국이구나 싶을 때가 많다. 특히 이번 여름 TV는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국 드라마 신작과 각종 리얼리티 프로그램, 그리고 런던올림픽 중계로 풍성한 볼거리를 장전하고 있다. 당신의 리모컨 조종을 위해 <씨네21>이 미리 고른 방송 프로그램 추천작을 소개한다.
7월
월·화
골든타임 드라마 / 7월9일 / 월·화요일 밤 9시55분 / 연출 권석장, 극본 최희라 / MBC 응급 외상 1시간, 뇌졸중 3시간…. 사고 발생 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이 시간을 외과 용어로 ‘골든타임’이라 부른단다. 물론 모든 환자들이 ‘골든타임’을 가지는 건 아니다. 그래서 1분1초를 다투는 응급 상황에선 의사의 손과 머리가 황금만큼 소중하다. <골든타임>은 한 응급실 환자의 죽음을 통해 의사라는 꿈을 꾸게 된 병원 인턴 민우(이선균)를 중심으로 응급 병동의 나날들을 다룬다. 삶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의학드라마 특유의 진한 감동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파스타>의 주방을 떠나 병원에 짐을 푼 권석장 PD와 배우 이선균,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파트너 황정음의 호흡 또한 관전 포인트다.
수·목
아랑사또전 드라마 / 7월 말 / 수·목요일 밤 9시55분 / 연출 김상호, 극본 정윤정 / MBC 배우 이름만 들어도 궁금한 드라마가 있다. 군 제대 이후 첫 인사를 건네는 이준기와 2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신민아가 출연하는 <아랑사또전>이 그렇다. 밀양의 아랑 전설을 토대로 하는 이 작품에서 이준기는 귀신을 볼 수 있는 까칠한 사또 은오로, 신민아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처녀귀신 아랑으로 출연한다. ‘모험 판타지 멜로’를 키워드로 삼은 작품인 만큼 크고 작은 소동극 속 알콩달콩한 러브라인을 보여주지 않을까. <환상의 커플> PD와 <별순검> 작가의 만남이라니, 평범한 사극드라마는 아닐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든다.
금
거장 다큐멘터리 / 7월20일 / 3주간 금요일 오후 10시 / 내셔널지오그래픽 스티븐 호킹의 뇌를 해킹할 수 있는 장치가 개발되었다는데, 영화과 학생들에겐 아마 이들 세 사람의 뇌 해킹이 간절하지 않을까. 최동훈, 봉준호, 김지운을 주인공으로 삼은 3부작 다큐멘터리 <거장>이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방영된다. 미리 공개된 티저 영상을 미루어 짐작하건대 작품 세계, 연출관에 대한 세 감독의 생각과 <타짜> <괴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 각자의 대표작에 대한 코멘터리가 어우러질 듯하다. 지면 인터뷰나 공중파 방송과는 다른 느낌의 연출을 기대해본다.
토
수퍼모델 KOREA3 리얼리티 프로그램 / 7월21일 / 토요일 밤 11시 / 심사위원 장윤주 / OnStyle 여리여리한 몸매의 모델 지망생들을 보는 것만큼이나 확실한 다이어트 자극제는 없다. 하지만 화려한 스테이지 뒤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에 몰입하다보면 다이어트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에 대한 자극을 얻는 것 같다. <도전! 수퍼모델 KOREA>가 벌써 시즌3를 맞이했다. 엄격하지만 사려깊은 MC이자 심사위원인 장윤주가 어김없이 중심을 잡아줄 예정이고, 새로운 심사위원들이 합류한다. 특히 시즌3에선 지원자의 범위가 한국에서 아시아 9개국으로 넓어졌다는 점이 변화다.
8월
월·화
신의 드라마 / 8월13일 / 월·화요일 밤 9시55분 / 연출 김종학, 극본 송지나 / SBS 영화 같은 드라마를 원하는가. 김종학, 송지나라는 묵직한 이름에 기대를 걸어보자. <신의>는 고려시대의 호위무사와 현대 여의사의 시공을 뛰어넘은 사랑 이야기다. 공민왕의 사랑하는 여인 노국공주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자 왕의 충실한 호위무사 최영(이민호)은 시공 포털 ‘천혈’을 넘어 현대로 향한다. 성형외과 의사 은수(김희선)를 만난 최영은 그녀를 신의(神醫)라 여기고 고려로 데려온다. 상반기의 김수현-한가인을 떠올리게 하는 김희선, 이민호의 조합이 기대된다.
해운대 연인들 드라마 / 8월13일 / 월·화요일 밤 9시55분 / 연출 송현욱, 극본 황은경 / KBS2 <후궁: 제왕의 첩>의 그녀와 <돈의 맛>의 그가 만났다. 조여정, 김강우가 그들의 영화보다 한층 가벼운 톤의 <해운대 연인들>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조직폭력배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강성 검사 이태성(김강우)이 기억을 잃은 뒤 해운대에서 전직 조폭의 딸 고소라(조여정)와 얽힌다는 설정이다. 부산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해운대 연인들>은 질척한 부산 사투리와 해운대의 시원한 풍경이 녹아들, 그야말로 여름에 잘 어울리는 드라마다.
수·목
아름다운 그대에게 드라마 / 8월 / 수·목요일 밤 9시55분 / 연출 전기상, 극본 이영철 / SBS 함수소녀 설리, 빛나는 민호, ‘적도의 남자’ 이현우, 하이킥의 그녀 김지원…. 꽃밭도 이런 꽃밭이 없다. 화사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나카조 히사야의 동명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부상으로 슬럼프에 빠진 높이뛰기 금메달리스트 태준(민호)의 재기를 돕기 위해, 여고생 재희(설리)가 남장을 하고 체고에 위장전학을 오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남장한 설리의 모습도 궁금하지만, <꽃보다 남자>에 버금갈 체고의 다양한 소년 캐릭터들도 궁금하다. <뉴논스톱>과 <하이킥> 시리즈를 집필한 이영철 작가의 톡톡 튀는 이야기 전개와 <마이걸> <꽃보다 남자>처럼 로맨틱코미디에 강점을 보여온 전기상 PD의 연출력이 만난다.
금
슈퍼스타 K4 예능 / 8월17일 / 금요일 밤 11시 / 심사위원 이승철, 싸이, 윤미래 / Mnet 상반기를 강타한 버스커버스커의 영향 때문일까. 네 번째 시즌을 열어젖힐 <슈퍼스타K>의 지원자가 6월21일 200만명을 돌파했다. 지원자가 많다는 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다는 뜻이고, 그건 곧 프로그램의 퀄리티가 높아진다는 걸 뜻한다. 이승철, 싸이, 윤미래 등 심사위원단도 새 단장을 거쳤다. TV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제작진의 ‘악마의 편집’ 또한 돌아올 거다.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아무리 우후죽순 오디션 프로그램이 생겨난다 해도 <슈퍼스타K>는 여전히 거부할 수 없는 고유의 매력이 있다는 거다.
토·일
메이퀸 드라마 / 8월 / 토·일요일 밤 9시55분 / 연출 백호민, 극본 손영목 / MBC 남자배우 대세론은 스크린에서도, 브라운관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건 한편으론 여자배우들을 뒷받침할 시나리오가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메이퀸>은 ‘5월의 여왕’이란 제목답게 여성 캐릭터의 힘을 보여줄 드라마다. 양어머니의 구박에 시달리며 고달픈 인생을 살던 해주(한지혜)가 선박 ‘메이퀸’을 보며 꿈을 키워 결국엔 한국 최고의 해양 전문가가 된다는 이야기다. 해주의 성장 과정이 드라마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만큼 아역배우들의 비중도 상당할 이 작품에서 한지혜의 아역으로 ‘연우 낭자’ 김유정이 출연한다. <천추태후>로 여걸 캐릭터를 심도있게 탐구한 손영목 작가와 <욕망의 불꽃> 백호민 PD의 작품이다.
월~일 계속되는 프로그램
런던올림픽 7월27일∼8월12일 / KBS, MBC, SBS “바다의 왕자 마린보이~ 푸른 바다 밑에서 잘도 싸우는~.” 광고 속 김수현이 부르는 <마린보이>를 7월 말 즈음엔 모두 부르고 있지 않을까. 한달 뒤 런던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반짝반짝 빛날 선수들의 면모를 짚어보자. 우선 ‘금메달 텃밭’ 양궁 종목 선수들이 종합 석권을 꿈꾸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모티브가 된 한국-덴마크 여자 핸드볼 선수들이 같은 조에서 맞붙으며,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가 첫 올림픽 톱10 진입을 꿈꾼다. ‘마린보이’ 박태환과 마지막 올림픽을 앞둔 마이클 펠프스가 대결할 남자 자유형 200m는 단연 이번 올림픽의 백미. 해외로 눈을 돌리면 2013년 은퇴를 앞둔 미녀새 이신바예바의 장대높이뛰기와 처음 공식 종목으로 채택돼 첫 금메달의 주인공을 찾는 여자복싱 결승전은 반드시 관전해야 할 경기. 41년 만에 단일팀을 구성한 영국 축구팀과 한국 홍명보호의 운명이 어디로 향할지까지 쫓다보면 무더운 여름도 금세 지나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