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동안 여기저기서 들었던 최신가요 중 한곡을 고른 다음 내 얘기로 살을 (많이) 붙이고 이런저런 (잘못된) 개그로 양념을 가미하는 것이 ‘최신가요인가요’의 핵심인데, 지난 일주일 동안은 가요를 거의 듣지 못했다. 새 장편소설 쓰기에 돌입했고, 소설 속에 오페라 아리아가 자주 등장하는 바람에 일주일 내내 아리아만 듣고 살았다. 아리아만 듣고 살았더니 대화를 나눌 때도 노래로 말을 하고 싶어진다. ‘오, 편집자님이여, 마감의 경계는 어디까지오! 마감을 지키려 애쓰는 내 마음을 정녕 아시는지. 마감은 멀었건만 까닭도 없이 한숨짓고 가슴 조이는, 이 마음.’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의 연재가 끝나면 ‘김중혁의 최신아리아리오!’로 연재를 이어가자고 제의해봐야겠다. 한주가 끝나갈 때쯤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끝내주는 노래를 발견했다. 내가 오랫동안 꿈꾸던 프로그램을 Mnet에서 막 시작했는데, <Show Me the Money>라는 랩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오래전 에미넴 주연의 <8마일>을 보면서 영화 속 ‘랩 배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직 1회밖에 방송하지 않아서 정확히 어떤 프로그램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어떤 식으로 방송이 되든 <Show Me the Money>는 매주 끝내주는 힙합 공연을 보여줄 것 같다. 와우!
프로그램을 보면서 놀랐던 것은 오디션에 참가한 젊은 친구들이었다. 노래 위주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사람들이 몰리는 거야 당연하다고 해도 랩 오디션에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참가한 게 신기했다. 우리나라에 힙합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이렇게 많구나, 새삼 깨달았다. 그들이 방에 엎드려 종이에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든 다음 라임을 맞추고 플로에 맞게 랩을 하는 모습을 생각하고 있으면, 어쩐지 가슴이 찡하다. 랩은 절대 노트북에다 쓸 수 없다. 종이에다 쓰고 고치고 지우고 다시 써야 한다. 펜을 들고 종이에다 자신만의 랩을 적어내려가던 그 시간들에 나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영화 <8마일>에서 에미넴이 버스를 타고 가면서 꼬깃꼬깃한 종이에다 가사를 적던 장면은 언제 봐도 뭉클했다.
내 마음에 든 두명의 래퍼는 ‘의경 래퍼’ 김정훈과 ‘래퍼 일통’이었는데, 두 사람이 한팀이 되어도 좋을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느릿느릿한 자신만의 리듬으로 랩을 하고 있었는데, 듣는 사람들을 자신들의 비트로 설득해내는 힘이 있었다. 김정훈과 래퍼 일통이 결합한 내 상상 속 팀 이름은 ‘슬로우 웨일’. 두 사람의 가사를 조합해서 만든 곡은 <육지로 가는 고래>다. ‘내가 내는 판소리 플로우/ 래퍼는 퀵퀵보다는 슬로우/ 힙합영웅의 본색은 타락한 지 오래/ 난 숨쉴 곳을 찾아 육지로 가는 고래.’ 아리아로 시작해서 랩으로 끝난 일주일이었다. 생각해보니 둘 다 노래로 말을 한다는 건 비슷하다. 다음주부터는 정말 노래로 말을 하려고 들지도 모르겠다. ‘yo, 최신가요인, 가요, 이 칼럼은 왜 핵심이 없을까요, 글 쓰고 있다 매번 약속에 늦어, hey, 그래도 마감엔 절대 안 늦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