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7월29일까지 장소: 아트원씨어터 1관 문의: 02-578-0598
‘무한도전’이다. 그래서 반갑다. 솔직히 그동안 너무 지치지 않았나. 배꼽빠지게 웃겨주고, 춤사위도 화려하고, 토나올 정도로 로맨틱한 뮤지컬들 말이다.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심리추리스릴러’란 이름표를 달고 뛰고 있다.
동화 <빨간 모자>를 스릴러로 풀어낸 영화 <레드 라이딩 후드>의 접근방식이랄까. <블랙메리포핀스>는 밝고 경쾌한 동화(혹은 뮤지컬영화) <메리 포핀스>를 연상케 하지만 분위기는 딴판이다. 이야기도, 조명도, 노래들도 하나같이 어둡고 음산하다. 아이들의 행복의 대명사이던 보모 ‘메리’가, 왜 뮤지컬에서는 ‘블랙’이라는 어두운 느낌의 형용사와 맞닿아야 하는가. 심리학자 프로이트의 이론과 나치즘을 접목해 아름다운 동화를 180도 비틀어 숨막히는 추리극으로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블랙메리포핀스>의 무대 배경은 나치 점령하. 대저택 화재로 인한 살인사건과 연관된 네 남매와 이들의 보모 사이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는 내용이다. 집에 불을 지른 사람은 누구인가? 아이들은 그 끔찍한 화재를 왜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전신화상을 입어가면서까지 아이들을 구한 보모 메리는 왜 사라진 걸까? 수첩에는 어떤 진실이 숨겨진 걸까? 12년이 흘러 다시 모인 아이들은 흩어진 기억의 조각퍼즐을 맞춰간다.
스릴러라는 장르에 걸맞게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에는 긴장감이 가득하다. 등장인물들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마름모꼴의 회전무대에 담고, 베일에 싸인 기억은 겹겹이 쌓인 벽으로 풀어냈다. 어두운 조명과 섬뜩한 효과음도 음산한 분위기와 잘 맞고, 의미를 읽어내야 하는 수화 같은 안무도 새롭다. 창작 초연치고 상당히 매끄러운 형식미다. 다만 형식에 비해 내용은 초연의 설익음이 남는다. ‘심리추리스릴러’라는 타이틀을 달기에는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평면적이다. ‘설마’ 하며 추리하던 사건이 ‘역시’로 결말지어질 때의 허무함. 연극적 특성을 너무 강조한 구성 또한 입체감을 떨어뜨린다. 무엇보다 뮤지컬에서 음악은 극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내야 하는 법. <블랙메리포핀스>의 뮤지컬 넘버는 분위기에는 잘 어울리지만, 아이들 사이의 묘한 관계와 캐릭터들의 심리상태 등을 이끌고 가기에는 단조롭다. 그럼에도 인물들이 대사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오는 ‘쪼는 맛’이 생생하다. 배우 앙상블도 이 부분에 한몫한다. 그들의 호흡이 눈과 귀를 잡는다. 긴장감 유지가 생명인 스릴러에 자신들은 물론 객석의 관객까지 몰입시키는 역할을 충실히 했다. 성장하는 젊은 배우들을 만나는 순간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