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피 아바티 감독의 <마게리타 바의 친구들>(2009)
술집이건 밥집이건 찻집이건 단골집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게다가 그 집이 오래되었거나 적어도 앞으로 오래될 것이라면 그 행복은 더욱 커진다. 혼자 외롭게 사는 사람은 사람이 그리워서, 반대로 여럿이 부대끼며 사는 사람은 숨 쉴 공간이 필요해서 이런 집들을 찾고 정을 붙이고는 결국 단골이 된다. 굳이 말을 건네지 않아도 서로 뭐가 필요한지 알고 적당히 외상도 되며 좀 오래 앉아 있어도 내쫓길 염려 없는 집. 결국 거기 앉아 있는 내 자신이 어느덧 그 집의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처럼 되는 집. 단골집은 이렇게 장소와 사람이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특별한 존재다.
<마게리타 바의 친구들>(Gli amici del bar Margherita)은 이런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1954년의 볼로냐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에는 수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들 중 누구도 솔직히 정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가수의 꿈이 있는 친구를 속여 산레모 가요제에 등장시켜 개망신을 주거나, 결혼식 전날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파경에 이르고, 개인교습을 핑계로 영감님이 젊은 피아노 여선생에게 푹 빠지는 등 이 단골들의 삶은 사건과 사고의 연속이다. 심지어 사기죄로 감옥에 다녀오는 사람까지 등장한다. 이들은 서로 거짓말하고 배신하고 약올리고 싸우지만, 마게리타 바의 단골로서 일년에 한번 단체사진을 찍는 것으로 유대감을 유지한다. 서로 등돌릴 만한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 그것이 단골집의 힘이 아닐까.
푸피 아바티 감독의 <마게리타 바의 친구들>(2009)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그 단골 중 하나가 수감생활을 마치고 다시 바를 찾는 장면. 아무리 잘 봐줘도 치사한 사기꾼일 그는 너무 반가운 나머지 멀리서부터 온몸을 던지듯 달려오고, 그런 그를 바의 단골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두팔 벌려 맞이한다. 용서랄지, 이해랄지, 체념이랄지,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짙게 배어나오는 뭉클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단골집이야말로 누구에게나 하나씩은 있을 법한 인생의 선물 같은 것이 아닐까. 정들 만하면 이런저런 이유로 단골집들이 사라지는 우리에게는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