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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레터
2002-01-24

DVD/메인

Love Letter 1995년, 감독 이와이 순지 자막 영어, 한국어, 일본어 오디오 DD 2.0 화면포맷 아나모픽 2.35:1 지역코드 3 출시사 새롬

<러브 레터>만큼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영화도 흔치 않다. ‘러브 레터…’ 하며 입 안에서 단어를 굴리는 순간, 눈앞에 자동적으로 부드러운 눈밭이 펼쳐지고 짙은색 옷을 입은 나카야마 미호가 그 속에 걸어들어올 정도니까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 그렇게 확실한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는 <러브 레터>를 깨끗한 원본 필름으로 극장에서 본 사람들이 의외로 적다는 사실이다. 나를 포함해 일찌감치 그 영화의 팬이 된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얼마나 많이 복사를 떴는지조차 알 수 없는 불법 비디오를 통해서 그 작품을 접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몇해 전 일본영화 개방 물결을 타고 <러브 레터>가 극장에서 개봉되었을 때 영화를 다시 본 사람들 중 일부가, ‘스크린에서 다시 보니까 왠지 허전하고 심심해’라며 열악한 비디오 화면에 대한 중독 증세를 보였을 정도다.

여하튼 극장개봉과 함께 TV의 각종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오겡끼 데스까∼’를 끝도 없이 우스갯거리로 다루는 데 질려버려, 개인적으로는 ‘오겡끼…’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나빠지는 정도에 이르렀고 끝내는 <러브 레터>에 대한 감정이 무뎌져버렸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 <러브 레터> DVD가 출시된다는 소식을 듣고도 그다지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최근작이 아닌 만큼 DVD로 출시된다고 해도 화질과 음질은 물론 서플먼트도 그다지 기대할 게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뇌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러브 레터> DVD를 보는 순간, 나의 예상은 많은 부분에서 깨지고 말았다.

우선 “우와…”라는 만족감의 표시가 흘러나올 정도로 깨끗하고 은은한 화질이 눈에 띈다. 마치 습한 유리창을 통해 여주인공의 얼굴을 보다가 어느 순간 보송보송한 수건으로 깨끗하게 닦은 창을 통해 다시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비디오로 봤던 사람들은 물론 극장에서 본 사람들도 DVD를 통해 새롭게 마스터링된 <러브 레터>를 보면, 분명 그 깨끗함과 은은함에 빠져들게 분명하다. 마치 영화가 처음부터 DVD용으로 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할 정도니 말이다.

또한 서플먼트에서도 특색있는 코너가 하나 있어 개운함을 더해준다. 코드 2번 <러브 레터> DVD를 가지고 있는 이들을 통해 소문으로만 들었던, 애니메이티드 스토리보드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이 순지 감독이 직접 컴퓨터에서 작업한 이 애니메이티즈 스토리보드는 영화의 실제 사운드가 실시간으로 같이 녹음되어 있어 상당히 특색있는 재미를 선사해준다.

한가지 옥에 티는 ‘기타 예고편 모음’에 이와이 순지의 다른 작품인 외에도 뜬금없이 뤽 베송이 제작한 <택시>가 수록되어 있다는 것. 연관성이 없는 작품이라도 비슷한 장르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면 별다른 무리가 없겠지만, 타이틀 자체로 하나의 완성도를 평가받는 DVD에 이런 식의 상업적인 홍보가 끼어든다는 것은 거슬릴 수밖에 없다. 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 <러브레터>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