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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의 가상인터뷰] 암요, 그럼요, 당연하죠, 별말씀을
주성철 2012-06-27

<아부의 왕> 혀고수

-안녕하세요. 불철주야 아부 떠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암요, 그럼요…. 당연하죠, 별말씀을….

-그런데 의외로 말씀은 길게 하지 않으시는군요. =아부는 강렬하고 짧아야 합니다. 제 별명이 혀고수라고 혀를 많이 놀린다고 생각하시나본데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혀는 익을수록 딱딱하게 굳는 법입니다. 말은 많이 해봐야 실수할 확률만 늘 뿐입니다.

-오오, 역시 가슴 깊이 와닿는 말씀, 감사합니다. 요즘처럼 스승이 사라져버린 시대에 감동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슨 그런 말씀을. <마법의 성>의 유순철, <싸움의 기술>의 백윤식 선생님에 비하면 저는 한낱….

-아닙니다. 제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뇌는 툭 내려놓으시고 자존심은 냉장고에 넣어두십시오. 상사의 불의를 보면 잘 참는 성격을 길러야 합니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제일 먼저 예라고 하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그리고 회사 사람들끼리 메신저를 하실 텐데 남들에게 보이는 대화명이 뭐죠?

-‘아니아니 아니되오’입니다. 자꾸 저한테만 일을 시키셔서요. =당장 “아자 아자 파이팅!”이나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로 바꾸십시오. 현재 상태도 무조건 ‘기쁨’이나 ‘즐거움’ 이모티콘으로 해놓으시고요. ‘백년 동안의 고독’이라느니 ‘깊은 슬픔’, ‘낡은 서랍 속의 바다’ 그런 대화명도 당장 바꾸세요.

-아니면 차라리 “부장님 최고!”는 어떨까요? =바보신가요? 생각해보십시오. 부장님이 노래방에서 부하직원들에게 잘 보이려고 혼자 사무실에서 셔플 댄스 연습하는 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악, 그런 거 정말 싫어요. =맞습니다. 2차로 노래방 가기 전에 법인카드로 계산만 하고 가시는 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죠. 마찬가지로 그들도 인간입니다. 너무 노골적으로 들이대는 것도 역효과만 납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가르침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부장님한테 보여드리려고 ‘된다 된다’ 춤을 연습했는데 그만둬야겠네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진정 안심이 되네요. 저 그 춤추는 사람들 보면 팔을 부러트리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동안 도대체 어디서 지내셨나요? 갑자기 사라지셨다고 난리입니다. =올해 선거가 있어서 그런지 세상에 아부의 왕들이 넘쳐나더라고요.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의 P위원장님 주변이나 M본부의 K사장님 주변을 보세요. 제 실력으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겠더군요. 한동안 속세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엔 저 말고 꼭 그분들을 찾아가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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