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만에 노래방에 가서 특유의 공기를 마시고 왔다. 거긴 참으로 묘한 곳이다. 노래방에 처음 갔던 때가 생각난다. 방방곡곡(房房曲曲), 닫힌 방문 틈에서 흘러나온 노랫소리가 복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별천지가! 천국이 아마 이런 분위기일까. (노래 부르기 싫어하는 사람에겐 지옥이겠지?) 노래방에 가서는 내 노래 부르는 재미도 좋지만 남의 노래 듣는 즐거움이 크다. 사람들이 어떤 노래를 선곡하는지, 그 노래를 어떻게 부르는지 보고 있는 게 재미있다. 노래방에서의 선곡은 현재 분위기를 간파하는 ‘눈치’, 자신의 매력을 펼쳐 보이는 ‘전략’, 함께 온 사람들과의 관계를 아우르는 ‘조화’, 이렇게 세 가지가 필요한데 이건 <일밤-나는 가수다>의 선곡보다도 힘든 일이다. 적절한 타이밍에서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드는 ‘명가수’를 보고 있으면 내 마음이 다 흐뭇하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최신가요인가요의 필자답게) 노래방에 가서 괜히 최신곡 연습하는 얼리어답터이자 간주가 듣기 싫어서 1절만 부르고 노래를 끄는 근검절약형 인간이며, 노래방 가기 싫다고 하다가 막상 가면 이 곡 저 곡 기웃거려보는 마이크 탐욕주의자인데 (이런 사람 참 밉상이에요, 그쵸?) 딱 하나 장점은 다른 사람의 노래를 열심히 듣는다는 거다. 노래방에서 전혀 몰랐던 노래를 듣고는 감동한 적도 많았다. 얼마 전 노래방에 함께 갔던 사람이 <울트라맨이야>를 너무 멋지게 부르는 바람에 새삼스럽게 서태지를 듣고 있다. 정말 좋아하는 노래를 부를 때는 누구든 혼신의 힘을 다하게 마련이고 그런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가사 한 구절, 멜로디 한 소절이 마음을 움직이게 마련이다.
공연 보러 가는 심정으로 노래방에 다녔다.
최근 들어서는 일년에 한번 노래방에 갈까 말까 한 사람이지만 가끔 음악을 듣다가 노래방에서 꼭 불러보고 싶은 노래를 발견할 때가 있다. 노래 실력을 뽐내고 싶은 건 아니고 노래방에서 그 노래를 부르면 어떤 분위기가 될지 궁금해서 그렇다. 얼마 전 윈디시티의 <잔치레게>를 듣는데, (아, 나는 왜 노래를 들으면서 자꾸만 잔치국수가 먹고 싶은 걸까) 이 노래를 꼭 노래방에서 불러보고 싶어졌다. 장단 맞추기 좋은 레게 비트인 데다 (어떤 면에서는) 가사도 코믹하고 멜로디도 단순해서 남녀노소 모두 함께 어울려 놀기에 좋지 않을까 싶다. (윈디시티의 리더) 김반장의 솔풀하고 까끌까끌한 목소리를 따라 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언젠가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곡이다. ‘잔치가 났네, 잔치가 나, 오늘밤 여기에 잔치가 나, (목에 힘주고) 얼싸, 잔치 잔치 열렸네, 신나게 신나게 뛰어노세.’ 오, 제법 분위기 띄울 수 있을 것 같다. 노래방에서 부르려면 <잔치레게>가 히트를 해서 노래방 기계로 진입해야 하는데, 그건 아무래도 무리이려나. 혹시 또 모르지. 노래방 관계자 여러분. <잔치레게>는 화합을 장려하고 흥을 배가하는, 아주 멋진 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