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ximity 2001년, 감독 스콧 질 출연 로브 로, 제임스 코번, 조너선 뱅크스 장르 스릴러 (크림)
<도망자3>란 제목은 잊어버리자. 아내 살해의 누명을 쓴 전직 의사 리처드 캠블의 기나긴 도피생활을 그린 인기 TV시리즈를 스크린에 옮겼던 <해리슨 포드의 도망자>, 캠블을 쫓던 FBI 수사관으로 주인공을 바꿔 토미 리 존스가 주연을 맡은 <도망자2>. 이 두 작품과 <도망자3>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냥 비디오 제목일 뿐이다. 그럼에도 <도망자3>를 고른다면,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제작자가 <매트릭스>의 조엘 실버라는 것, 두 번째는 로브 로와 제임스 코번이 나온다는 것.
전직 교수였던 윌리엄 콘로이는 음주운전 사고를 내서, 불륜관계인 여제자가 죽는다. 감옥으로 간 콘로이는 맞은편 감방의 콜과 친해진다. 어느날 밤 목이 조이는 듯한 콜의 기침소리를 들은 콘로이가 간수를 부르고, 잠시 뒤 자살했다는 말을 듣는다. 콘로이는 의문을 제기하지만 소장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며칠 뒤 콘로이는 가석방 청문회에 참석하기 위해 호송차를 타고 가다 다른 죄수의 공격을 받는다. 격투를 벌이다가 차는 전복되고, 간수마저 총을 겨누자 콘로이는 도망친다. 변호사인 호손을 찾아간 콘로이는 자신의 탈옥이 발표되지 않은 것을 알게 되고, 호손이 전화로 면회를 신청하자 교도소쪽은 콘로이가 감기에 걸렸다며 거절한다.
<매트릭스>나 <스워드피쉬>처럼 블록버스터가 아닌 <도망자3>는 별다른 액션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주인공인 로브 로가 대단한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아니다. 80년대 로브 로는 브릿팩 중에서 가장 잘 나가던 배우였다. <어젯밤에 생긴 일>에 출연할 때만 해도, 성인배우로서도 순조롭게 성공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실패작을 거듭하고, 섹스 스캔들까지 겹치면서 로브 로는 3류 배우로 전락했다. 하지만 배우 생명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최근 HBO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웨스트 윙>에서 로브 로는, 백악관에서 일하는 샘 시본을 연기한다. 바람둥이 여피가 적역이었던 로브 로에게 성실한 완벽주의자 옷이 딱 들어맞다니 신기한 일이다. 그 덕에 최근 로브 로는 작은 영화들에 틈틈이 출연하고 있다. 여전히 작품 보는 눈은 부족한 듯하지만, 배우로서의 기본기는 충분하다.
70년대 개성파 배우로 한몫했던 제임스 코번은, 흉악범들에게 사형(私刑)을 내려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짐 코크런으로 나온다. 콘로이를 죽이려는 악당들의 우두머리이다. 제임스 코번은 여전히 매력적인데, 안타깝게도 <도망자3>는 과거의 스타인 로브 로와 제임스 코번을 맞대결시키지 않는다. 대결구도를 두 사람으로 끌고 갔다면, <도망자3>는 꽤 흥미로운 영화가 되었을 텐데. 그러나 <도망자3>는 안일하게, 약간의 액션과 있으나마나한 수수께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TV용이라면 그럭저럭 볼 만한 영화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