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피아노>에 출연한 조재현의 하늘을 찌르는 인기는 우리 대여점에도 여파가 있다. TV드라마의 영향인지 특히 아줌마 세대들이 그가 출연했던 영화들을 찾는 것이다. 물론 김기덕 감독의 영화 대개와 <처녀들의 저녁식사> <얼굴>이 준비되어 있다. 한국배우가 이런 현상을 갖는 것은 전도연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뒤늦게 영광을 안은 조재현씨께 건투를!
며칠 전 나를 감동시킨 한 가지 아름다운 일이 있었다. 한 여인이 강릉에서부터 비디오를 빌리기 위해 우리 대여점에 들른 것이다. 단지 비디오만을 빌리기 위해 상경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녀는 강릉에서는 자기가 보고 싶은 영화를 결코 구할 수 없었노라며 여기서 꼭 빌리고자 간곡히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감동받았다고 그 먼 곳에 사는 사람에게 무작정 빌려줄 수는 없는 일. 반납은 어떻게 보장받느냐 물었더니, 다 본 뒤 우편이나 택배로 꼭 부치겠노라고 하는 것이었다.
조금 갈등하다가, “그럼, 믿고 빌려드리니까 꼭 반납해주세요”라고 말하자, “고맙다”는 인사를 연발하며, 곱게 포장한 선물을 놓고 가는 것이었다. ‘빌려주실 줄 알았습니다. 좋은 글 계속 잘 쓰세요’라는 쪽지와 함께…. 그 자그마한 선물 꾸러미 안에는 강릉 원산지의 약과 세트가 담겨져 있었다.
우리 대여점 부근에 살지 않는 외지 사람들 중 몇몇이 근사하게 예술영화 빌리러 와서 반납 안 하는, 이른바 떼어먹는(?) 사람들 때문에 속상해하는 요즘, 의외로 겪은 아름다운 일이었다. 강릉 아가씨… 저에게 계속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아주세요! 이주현/ 비디오카페 종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