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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dget] 아이폰의 녹음 기능이 아쉬웠다면

타스캄의 IM2

사양 5.8×5.6×1.9cm(W×H×D), 30g

특징 1. 음질은 정말 끝내주는군. 2. 합주, 강의, 영상 등 생각보다 쓰임새가 많다. 3. 10만원이 넘는 돈을 레코더에 투자하기는 좀.

10여년 전, 세계적인 한 석학은 10년 뒤에는 휴대용 전화기 한대만 있으면 MP3나 카메라 같은 다른 휴대용 IT 기기를 가지고 다닐 이유가 없을 거라고 했었다. 그때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스마트폰에 모든 걸 넣어 다닐 수는 있겠지만 일단 스마트폰이 아무리 발전해봤자 개별 전용 기기들의 성능을 따라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스마트폰 한대에 모든 것이 종속될 수는 없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이제야 그 석학의 통찰에 다시 한번 감탄하고 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찍을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스마트폰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모든 분야가 골고루 발전해온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CPU나 그래픽 처리 칩셋, 카메라 기능 등은 해가 무섭게 발전해왔지만 녹음 기능만은 항상 발전의 과정에서 배제돼왔다. 하긴 이런 비주얼 시대에 오디오에 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가 어쩐지 ‘오덕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녹음 기능을 쓸 일은 생각보다 많다. 나는 인터뷰를 할 때 편의성 때문에 아이폰의 녹음 기능을 쓰곤 하는데 항상 불만이 많았다. 스테레오가 아니라 모노 방식으로 녹음되는(이어폰을 귀에 끼우면 한쪽에서만 소리가 나온다는 뜻이다) 것 하며, 음질도 조악해 조금만 시끄러운 곳에서 녹음을 해도 놓치게 되는 문장이 더러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밴드 인구나 팟캐스트류의 오디오 방송을 시작하려는 이들, 스마트폰으로 단편영화를 찍어보고 싶은 이들이나 학원 강의를 녹음하는 이들 모두 스마트폰의 레코딩 기능의 업그레이드가 내심 필요할 것이다.

타스캄(TASCAM)이라는 회사가 있다. 일반인에게는 조금 낯선 이름이겠지만 이미 50년 전부터 프로 뮤지션을 위한 레코딩 장비를 생산하며 인정받아온 회사다. 이들이 최근 IM2라는 이름의 아이폰용 스테레오 레코더를 발매했다. 단순히 스테레오 기능만 추가한 게 아니라, 노이즈와 소리의 왜곡도 쉽게 없애주는 영특한 기계다. 사용 방법도 쉬워서 제품을 아이폰 충전 단자에 끼우고, 전용 어플을 이용해 개개인의 용도에 맞게 레벨을 조정하면 끝이다. 별도의 전원 어댑터 없이 아이폰의 전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휴대도 간편하다(USB 단자가 있어 충전과 녹음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쨌든 중요한 건 음질이 훌륭한가 하는 것. 아이폰 두대로 실험을 해봤다. 집에서 두대를 같은 장소에 두고 동시에 녹음을 시작했다. 하나는 아이폰 자체의 녹음 기능을 이용했고, 하나는 IM2를 장착했다. 당연히 후자가 좋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SDTV 시대에서 HDTV 시대로 넘어간 순간 정도의 놀라움이라면 설명이 될까. 단순히 소리만 훌륭히 녹음된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결이 함께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여러모로 쓸 만한 제품이지만 영상 촬영 시 가로로 촬영할 경우 마이크가 좌우가 아닌 상하로 분리되는데, 고정식이라 마이크의 위치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10만원가량의 가격도 조금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만한 값어치는 충분히 할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