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면서 음악을 들으면 위험하다. 자동차의 경적이나 위험 신호를 감지할 수 없으니 사고 위험이 높다. 나도 큰 사고를 당할 뻔한 적이 있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자전거를 타다가 옆에 자동차가 있는 걸 모르고 핸들을 꺾었다. 다행히 살짝 넘어진 게 전부였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난다. 정신이 번쩍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전거 타면서 들었던 음악들이 얼마나 짜릿했던가도 생각난다. 자전거의 속도와 음악의 속도가 합해져 나를 하늘로 붕 띄워 올리던,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오로지 속도와 나와 음악만 남아 있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하긴, 친구 중 한명은 자동차 소음이 너무 심해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운전을 했다더라. 불법이고, 정말 위험한 짓이지만 그게 어떤 기분이었을지 상상이 간다.
동네 공원에서 자전거를 자주 탄다. 늦은 밤에 타기 때문에 사람도 많지 않아서 음악을 들으며 타기에 아주 좋다. 음악에 맞춰 페달을 밟는다. 음악이 빨라지면 속도도 빨라지고 선율이 우아하면 핸들도 우아하게 움직인다. 음악을 들으면서 춤을 추듯 자전거를 움직인다. 자전거 음악- 이라는 장르라도 만들까보다- 에는 비트가 빠른 헤비메탈이나 로큰롤보다 발라드가 어울린다. 요즘 자전거에서 자주 듣는 노래는 윤상의 <영원 속에>다. 얼마 전 이효리와 정재형이 진행하는 음악프로그램에서 윤상이 부른 걸 우연히 들었는데, 어째서 지금까지 이 노래를 모르고 있었나 싶었다. 정재형은 파리 유학 시절 이 노래로 위안을 얻었다는데, 나도 요즘 이 노래에 자주 위로를 받는다.
피아노 선율에 맞춰 공원 길을 달렸다.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 램프가 어두운 길을 비추고 걸어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은 말없이 걷고 있었다. 피아노 소리와 윤상의 목소리만 들렸다. 가끔 내 숨소리도 들렸다. 머리 위로 키 큰 나무들이 휙휙 지나갔고, 저녁 공기가 모두 코끝으로 밀려들었다. 이런 순간들, 짧은 순간들, 바람 같은 순간들. 음악을 듣고 있으면 순간과 현재를 느끼게 된다. 좋은 음악은 시간을 붙든다. 현재를 정지시키고 순간을 몸에다 각인한다. 윤상의 목소리와 피아노가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멀어지는 기억을 잡아두려 애쓰지 말라고’, 많은 게 흘러갔지만 지금 이 순간을 잘 기억하라고. 노래의 마지막 가사를 듣는데,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아니, 너의 탓은 아니야. 그건 너의 탓이 아니야.’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우리에게 생긴 일들이 누군가의 탓은 아니라고, 우린 그저 잘 받아들이는 일만 할 수 있을 뿐이라고, 그냥 흘러가는 거라고, 바람처럼, 스쳐가는 나뭇잎처럼, 그냥 지나가는 거라고. 이런 순간들, 짧은 순간들, 자전거 위에서 맞는 바람 같은 순간들. 자전거를 타면서 음악을 들으면 위험하다. 자전거 위가 너무 좋아져서 내려오기 싫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