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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가상인터뷰] 꾹꾹아, 나는 언제 어른이 될까?
김도훈 2012-06-06

<미래는 고양이처럼>의 고양이

-꾹꾹이 안녕? =네. 안녕하세요. 천국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소피와 제이슨을 원망하진 않니? 그들이 하루만 일찍 왔더라도 너는 안락사되지 않고 살아남았을 거 아니니? =꼭 누구를 원망하진 않아요. 전 사실 여전히 살아 있는걸요. 시간이라는 건 상대적인 거고, 삶과 죽음이라는 것도 어떤 면에서는 상대적인 거니까요.

-그런 어려운 말은 잘 모르겠고 말이야, 어쨌든 나는 화가 났단다. 소피와 제이슨은 정말 철이 없는 인간들이더구나. 삼십대 중반인데도 여전히 대책없는 이십대, 아니, 십대 아이들처럼 행동하는 친구들이잖아. 삶에 대한 책임감이라곤 없는 것들…. =그러는 기자님은 몇살이시죠?

-나도 삼십대 중반이야. =기자님은 삶에 대한 책임감이 있으신가요?

-그… 그건… 어떤 방식의 책임감이냐에 따라서 조금 달라질 텐데…. =쉽게 대답 못하시는군요. 삶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 사람들은 원체 찾기가 힘들답니다. 누군들 알겠어요. 삼십대 중반이든 사십대 중반이든 사람은 나이를 먹는다고 철이 드는 건 아니랍니다. 어느 순간 마음이 멈춰선 채로 육체만 나이 먹을 따름이지요.

-그건 알 것도 같구나. 나는 삼십대 중반이 되면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 그런데 내 마음은 좀처럼 어른이 되지 않으려고 발악을 하는 것 같아. 하지만 소피와 제이슨은 그런 나조차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유아기적이야. 그러니까 말이야, 나는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안락사 날짜가 정해져 있는 고양이를 입양한다면 결코 그 날짜를 잊어버리진 않을 거란 말이지. =어쩌면 소피와 제이슨은 저를 입양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사람들이란 원래 그렇답니다. 막상 자신들이 오랫동안 책임져야 할 일이 생기거나 그런 존재를 갖게 되면 갑자기 한발 물러서곤 하지요. 수많은 개와 고양이들이 버려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죠.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입양했다가 15년, 20년을 책임질 생각을 하면 골치가 아파지면서… 뭐, 그냥 버리는 거죠.

-꾹꾹아. 그렇다면 대체 우리는 언제쯤 내 삶과 타인의 삶과 내가 키우는 존재의 삶에 완벽하게 책임을 질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누구도 그런 어른이 되진 못해요. 어른이란 존재는 결국 어른의 가죽을 쓴 영원한 아이들에 불과하니까요.

-사람이란 종(種)은 그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나봐. =그걸 꼭 깨달아야 하나요? 전 고양이라서, 그저 좋은 사료와 깨끗한 물과 따뜻한 볕이 있으면 그만이랍니다. 산다는 건 간단한 거예요. 안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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