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의미있는 영화관 설립 계획이 발표되었다. 전라북도 김제시와 임실군에 작은 영화관이 조성된다는 소식이었다.
올해 초 전라북도는 ‘작은 영화관 조성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영화전용상영관이 없어 영화문화에서 소외되어온 지자체 내 8개 시·군의 주민에게 다양한 영화 서비스를 제공하여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것이었다. 전국 광역지자체에서는 최초다. 김제시와 임실군이 첫해 조성 지역으로 선정되었고, 올 12월에 개관한다고 한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통계에 따르면 2011년 전국 영화관과 스크린 수는 각각 292개와 1974개다. 영화진흥을 위해 영진위가 출범한 이듬해인 2000년에는 각각 376개와 720개였다. 10여년 동안 영화관은 80여개 줄었지만 스크린은 2.5배 이상 늘었다. 영화관 환경이 멀티플렉스로 재편된 까닭이다. 그렇다면 멀티플렉스가 생기기 전엔 어땠을까? 1992년 전국 영화관은 712곳이었다. 이때는 영화관당 스크린 한대가 대다수였으니 지금과 비교하면 스크린은 2.6배 이상 늘었고 영화관은 60%나 사라졌다. 영화관이 없어진 곳은 어디일까? 강원도 속초·삼척·태백, 경북 영천·문경·상주, 경남 나주·사천, 전북 김제 등 인구수가 10만명이 안되는 지역들이다. 2011년 통계를 분석해보니 광역시를 제외한 기초지자체 60% 정도가 영화관이 없었다. 영진위 출범 이래 총관객 수가 3배 가까이 증가해 1억6천만명에 이르고 1인당 영화관 관람횟수가 3회가 넘는다며 자축하는 동안, 더 많은 지역의 영화관이 사라졌다.
지역에 영화관이 없다는 것은 동시대의 영화 경험을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어떤 영화가 1천만 관객의 호응을 얻는다고 해도 그건 영화관이 있는 지역의 이야기일 뿐이다. 영화관이 없는 지역의 사람들은 보도를 통해 그런 정보를 알 수 있다. 영화를 보려면 영화관이 있는 인근 지역으로 가거나, 종영 뒤에 봐야 한다. 60% 기초지자체의 지역 주민들의 삶이 바로 이렇다. 영화진흥을 하겠다며 10년 넘게 사업을 펼친 결과가 이렇다. 영화문화를 시장에 맡겨놓은 결과다.
영화관이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재편된 다른 나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문제를 절감하고 지역간 영화문화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정책을 꾸준히 만들고 집행해왔다. 영국 영진위는 몇년 전부터 영화문화 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 영화관의 설립 지원’의 근거를 만드는 연구를 이미 진행해오고 있다. 그 결과 지역 영화관 설립과 운영을 돕는 ICO가 설립되어 활동 중이다. 일본은 민간 주도의 커뮤니티 시네마 운동을 통해 비영리 지역의 영화관 설립과 운영을 위한 방안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특히 경제적 역할을 하는 영화관에 대해 연구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지역 영화관이 분명 지역사회에 경제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음과 지역 영화관이 지역을 문화적으로 재개발할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음도 증명해냈다.
하지만 이런 논의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지역간 영화문화 격차는 더 심해지고 있지만 영진위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지난 4년간 뒷걸음질치고만 있다. 이제는 문화 향유권을 위한 정책도 펼칠 때가 되었다. 문화 복지로서의 영화정책이 필요하다. 관객을 박스오피스 수익으로 대상화하지 말고 진흥의 대상으로 접근해야 한다.
작은 영화관 조성 지원 계획은 2010년 11월 전북 장수군이 문예회관에 공공영화관 ‘한누리시네마’를 만든 것이 계기가 되었다. 2개관, 총 90석 규모인 한누리시네마의 2011년 관객은 유료관객만 2만3120명. 3D영화도 전국 동시 상영된다. 전라북도는 영화관이 없는 김제·완주·진안·무주·임실·순창·고창·부안 8개 지역에 2013년까지 총 68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각 50석 내외, 2개관 규모의 영화관을 설치할 계획이다. 물론 1개관에는 3D 상영도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