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미로라는 여자 솔로 가수가 있다. 안다고? 아직 모른다고? 수준 낮은 동음이의어 개그해서 미안하지만, ‘안다미로’, 정말 말장난을 부르는 이름 아닌가. 이름을 처음 듣는 순간 ‘미로’를 모두 ‘안다’니, 길을 찾아내는 그 능력이 참으로 놀라운 여자라고 생각하면서 (그래요, 제 수준이 이렇습니다) 혼자 키득거렸다. 첫 번째 싱글 <말고>의 피처링을 맡은 래퍼 YDG(사랑해요! 양동근)도 그런 동음이의어 개그 욕심을 버리지 못했던 모양이다. ‘새색시마냥 섹시, 섹시’한 (새색시가 섹시한 사람인가, 라는 문제는 일단 차치하고) 그녀를 보면 ‘입이 안다물어/져’라고 외치며 개그를 하는데, YDG의 개그는, 실은 개그가 아니고 라임인 거겠지. 아, 라임과 개그는 종이 한장 차이로구나.
‘안다미로’는 ‘담은 것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라는데, 이름 한번 참 잘 골랐다. 외모와도 잘 어울릴 뿐 아니라 한국말 같기도 하고 영어 같기도 하고, 저기 어디 스페인의 이름 같기도 한 묘한 발음이 머리에 쏙 들어온다. 외국어 이름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어 이름이 난무하는 가요계에서 이런 재미난 우리말 이름을 갖다붙인 노력이 가상하기도 하고, 어떻게든 다른 팀과 달라 보이려는 ‘작명의 고통’이 느껴져 안쓰럽기도 하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들국화’로 가요계에 입문한 뒤, ‘벗님들’을 발견하는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 ‘시인과 촌장’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팀에 매료됐다가, ‘산울림’을 뒤늦게 발견한 뒤 뛸 뜻이 기뻐하기도 했고, ‘어떤날’의 서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적도 있으며, ‘동물원’을 오랫동안 좋아하고, ‘서태지와 아이들’과 ‘시나위’에 열광했던 사람이다. (그래요, 저는 나이가 많아요. 소녀시대도 좋아해요.) 옛날 음악이 좋았다는 게 아니고, 우리말 이름이 무조건 좋다는 게 아니다. 우리말로 된 팀 이름에는 시절의 상황과 유행의 맥락이 함께 버무려져 있어서 생각할 때마다 ‘그때의 추억’ 같은 게 동시에 떠오른다. 팀 이름을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그 시절이 되돌아온다.
요즘엔 영어가 일상화되어 있고, 팀 이름을 우리말로 하기엔 음악 스타일이 맞지 않는 경우도 많을 테니 이해는 간다. 우리말 이름의 의미가 너무 직접적인 게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의 팀 이름도 시대를 반영하는 것일 테니, 10대 아이들이 나중에 40대가 되면 요즘 그룹들의 이름을 부르며 추억에 젖어들겠지. 그때는 또 어떤 음악이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을까. 어떤 팀들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될까. 이런, 옛 추억을 들먹이며 꼰대 같은 소리를 하고 말았다. 그냥 신나게 음악 들으면서 노는 거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안다미로의 <말고> 얘기로 끝내야겠다. YDG가 없었다면 심심했을 노래이긴 하지만 안다미로의 보컬도 매력적이다. (내가 좋아하는 여성 솔로 가수들인) 손담비, 아이비, 이효리를 잇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