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칸영화제 상영작 중 가장 캐스팅이 화려한 영화를 꼽자면 단연 칸클래식 섹션의 <우디 앨런 다큐멘터리>다. 숀 펜, 페넬로페 크루즈, 존 쿠색, 스칼렛 요한슨 같은 배우를 비롯해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나 고든 윌리스, 빌모스 지그몬드 같은 유명 촬영감독이 모두 출연해, 입모아 우디 앨런을 말한다. 영화는 어린 시절의 우디 앨런부터 50~60년대 그가 TV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던 시절을 거쳐, 작가와 감독이 되기까지. 그리고 거의 매년 한편씩 줄잡아 40편의 영화를 발표해온 우디 앨런에 대한 근접조우다. 지난해 미국 <PBS> TV 다큐멘터리 방영에 이어, 120분의 영화 버전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다큐멘터리 작업을 꾸준히 해온 로버트 웨이드 감독을 칸에서 만났다.
-우디 앨런은 인터뷰를 좋아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어떻게 그를 설득했나. =사전에 편지로 서로 놀리고, 욕도 하고, 비꼬기도 하면서 일치하는 포인트를 찾게 됐다. 덕분에 실상 인터뷰를 하려고 만났을 땐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오랫동안 개인적으로 그를 알고 지낸 사람들조차도 어떻게 그가 영화에서 그렇게 편하게 있는지, 그가 내게 어떻게 그 정도로 오픈했는지를 보고 놀란다. 자신의 침실, 서재, 아이디어 서랍까지도 찍게 해줬으니 말이다. 심지어 브루클린에 있는 어릴 적 이웃도 만나게 해줬다. 그에게 이 정도로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클립을 선택할 때 기준은 어떤 것이었나. =내 기준은 오로지 내가 무엇을 보고 싶은지였다. 내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방법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거다. 인터뷰를 두 시간 이상 한 뒤 정보들을 가지고 편집실에 들어온 다음 생각한다. ‘이 많은 자료들로 도대체 뭘 만들지?’ ‘어떤 정보가 중요하지?’ 예를 들면 우디 앨런이 다섯살 때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그때 자신이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그걸 얼마나 싫어했는지 말해줬다. 그 뒤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애니홀>을 보면 어린 소년이 우주가 폭발할 거라고 걱정하는 클립이 있다. 그런 커넥션들을 모두 총동원해 나갔다.
-영화를 찍으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 있나. =난 고등학생 때부터 도서관에 가서 우디 앨런에 대한 기사를 다 읽었다. 35년이 지나고 그에 대한 영화를 찍게 되면 자료조사 기간이란 게 없어진다. 벌써 그에 대한 자료들은 모두 내게 있으니까. 새롭게 발견한 건 세트장에서의 모습이다. 한 테이크를 더 찍어야 하는데도 6시가 되면 그는 “농구 경기가 있어요. 내일 하죠” 하고 말한다. (웃음) 전혀 몰랐던 건 그의 타자기였다. 60년 된 걸로 40달러를 주고 샀다고 했다. 그가 돈을 벌기 위해 쓴 모든 것들은 사소한 농담부터 칼럼까지 모두 그 타자기로 쓴 것이었다. 영화에서 보이듯이 내가 “잘라내서 갖다붙이기를 해야 할 땐(cut and paste) 어떻게 하나요?”라고 묻자 그는 “잘라서 스테이플러로 찍지요”라고 대답했다. 나중에 그가 자신의 글을 기증한 프린스턴대학에서 정말 스테이플러로 찍은 자료들을 봤다. (웃음) 정말 구식에다가 변화를 싫어하고 사람 만나는 것도 꺼리는 데다 아이폰으로는 하고많은 앱을 두고도 전화와 음악, 날씨를 확인하는 게 전부다.
-자신의 다큐멘터리에 대한 우디 앨런의 반응은 어땠나. =칭찬해주더라. “내가 76살인데 당신이 나를 인간답게 만든 첫 인물이다. 몇몇 정신과 의사를 포함해서 말이다”라고. 아직 우린 서로 연락한다. 얼마 전엔 자신의 새 영화를 편집실에 와서 보라고 하더라. 그때 난 아내와 집에서 우디 앨런의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웃음)
-다른 감독 혹은 인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 계획도 있나. =커트 보네거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 고등학생 때부터 집착했던 인물이고, 정말 해보고 싶은 다큐멘터리다. 아직도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혹시 주변에 부자가 있다면…. (웃음) 커트 보네거트가 아마 내 마지막 다큐멘터리 은퇴작이 될 것 같다. 이젠 극영화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