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어느 날>, 1934, 캔버스에 유채, 96x161.4cm
기간: 8월26일까지 장소: 덕수궁미술관 문의: 02-2022-0600
“누구냐. 정지.” 돌연 거리를 차단하고 있던 치안대원이 지나가던 사내의 발걸음을 막아 세운다. 사내는 놀란 듯 우뚝 선다. “누구냐.” “지나가던 취객이오.” 소설가 최인호는 1974년 6월5일자 한국일보 칼럼 <누가 천재를 쏘았는가>에서 화가 이인성의 죽음을 이렇게 회고했다. “예술가가 무슨 특권이 있다고 통행금지 이후에 다닐 수 있담 하고 따지지 말라. 이인성의 그림은 우리에게 기쁨을 주고 천재의 재능을 엿보게 한다.” 1912년에 태어난 이인성은 1950년 순경과 다투다 오발탄 사고로 요절했다. 그는 떠나고 없지만 그림이 남아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회고전이 열린다.
박수근이나 이중섭처럼 딱 하면 떠오르는 그림은 없지만 당대 이인성은 조선미술전람회의 입선과 특선을 오가는 내로라하는 작가였다. 한국적인 풍토를 잘 그려냈다고 평가되는 작품들에서는 오히려 묘한 이국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1934년에 그린 그림 <가을 어느 날>은 젖가슴을 드러낸 여성과 나뭇잎과 하늘의 자연 풍광이 풍성하다 못해 육감적이다. 붉은색 기운이 감도는 그림 <실내>는 유럽에 살고 있는 누군가의 방을 흠모하는 듯한 인상마저 든다. 전시는 이런 추측을 뛰어넘어 ‘이인성 다시 보기’에 본격 나선다.
오래 전 누군가의 거실에 놓여 있던 달력에는 이인성의 꽃 그림이 있었다. 오래 보고픈 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