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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음악보다 사운드 이펙트

<크로니클>

극장을 점령한 슈퍼히어로들을 보면서 <크로니클>을 떠올렸다. 코믹스가 아닌 <스캐너스>나 <아키라>와 비슷한 방식으로 초능력을 다룬 이 영화는 21세기 소년들의 성장담을 독특한 질감으로 보여준다. 정말 마음에 드는 클라이맥스의 도심 난장판은 ‘<핸콕>의 프리퀄 같다’는 농담을 하게 만들지만 혹자의 말대로 전반적으로 <파수꾼>에 더 가깝다.

인상적인 건 음악과 소리다. 삽입곡들은 오직 배경음악으로 간간이 등장하는데, 영화 속 인물의 계급과 취향 차이를 설명하는 단서로 작동한다. 파티에선 크리스털 캐슬의 <Baptism>이 흐르지만 앤드류의 집에선 데이비드 보위의 <Ziggy Stardust>가 흐르는 식이다. 깨알 같이 등장하는 이 음악들은 어쨌든 인디 록 취향도 충분히 만족시킨다. 롱컷, 캡슐, 엠83, 클래스 액트리스, 블론드 액시드 컬트, 배드 베인스 같은 ‘듣도 보도 못한’ 인디 음악가들의 일렉트로 하우스, 빈티지 로큰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음악보다 사운드 이펙트가 더 중요하다. 휴대용 카메라의 시점에서 영화가 진행되다보니 본체에 붙은 마이크에 잡히는 잡음이 영화라는 물리적 거리감을 최대한 좁히고 현장의 공간감을 부여한다. 엔딩 크레딧에 음악 대신 사운드 이펙트가 흐르는 것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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