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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dget] 가격은 낮추고 기능은 늘리고

네스프레소 라티시마+

사양 1. 크기 25.3x16.7x31.9cm, 무게 4.7kg 2. 물탱크와 우유 컨테이너 용량은 각각 0.9ℓ, 0.35ℓ 3. 실키 화이트, 아이스 실버, 패션 레드, 미드나이트 블루의 4가지 색상

특징 1. 우유 거품 기능을 본체에 탑재한 일체형 제품 가운데 최저가(59만9천원)다. 2. 그러면서도 우수한 기능은 두루 갖췄다는 것. 물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하고 늘 높은 압력을 유지하며 거품내기 및 세척도 원터치로 가능. 3. 일반적인 에너지 효율등급 A급 머신보다 전력소비율이 40% 이상 적은 친환경 제품.

언제부터인가 커피를 도시 생활자의 세련된 액세서리쯤으로 들먹이는 게 좀 민망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카페가 편의점보다 많아졌으며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는 멋들어진 기호품이라기보다 절박한 생필품에 가깝다. 게다가 카페까지 갈 것도 없이 집에서 카페인 정키가 되는 방법도 다양하고 편리해졌다. 캡슐커피 머신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시작이 길었다. 기존 캡슐커피 머신에서 문제는 늘 우유 거품이 필요한 라테와 카푸치노였다. 거품 기능이 없는 제품은 아무래도 아쉽고 모든 게 갖춰진 쪽은 너무 비쌌다.

네스프레소의 라티시마+는 이같은 갈등의 적절한 중재책이다. 우유 거품 기능을 빌트인으로 갖췄음에도 비슷한 옵션의 기존 제품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일례로 이전 모델에 해당하는 라티시마가 100만원대였던 데 비해 라티시마+는 59만9천원, 즉 절반밖에 안된다. 게다가 네스프레소에서는 가격을 낮추면서도 기능은 오히려 업그레이드해서 소비자들이 더욱 질좋은 우유 거품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렴하고, 작고, 조작법이 간단하다. 예열에 30초가 채 걸리지 않기 때문에 1~2분만 기다리면 부드럽고 풍성한 거품의 라테를 즐길 수 있다. 사용 뒤 9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전원이 꺼지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덕분에 일반적인 에너지 효율등급 A급 커피머신보다도 에너지 소비율을 40% 이상 낮췄다. 덧붙이자면 네스프레소는 간단한 용해 과정만 거치면 무한히 재활용될 수 있는 알루미늄을 캡슐 재질로 선택해 일찌감치 환경에 대한 관심을 내비친 바 있다. 현재 한국에서도 네스프레소 캡슐 재활용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데 사용한 캡슐을 전용백에 담아 네스프레소 부티크 및 코너에 반납하거나 배송 기사에게 전달하면 가정 쓰레기도 줄이고 불필요한 자원 낭비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라티시마+의 핵심인 우유 거품 기능이 일부 소비자를 고민에 빠뜨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제품의 진짜 라이벌은 기존의 값비싼 일체형 머신보다는 거품 기능이 빠진 저가 모델이다. 에어로치노 등 10만원 안팎의 우유 거품기만 구입하면 아쉬운 기능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접 라티시마+를 사용해 라테를 마셔보았더니 거품의 쫀쫀한 질감은 오히려 에어로치노로 만들어낸 쪽이 우수한 듯했다(물론 개인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청소가 훨씬 간편하다는 건 판세를 뒤집을 만한 가산점 요인이다. 클리닝 버튼만 누르면 노즐이 금세 세척되기 때문에 여기에 한번 익숙해지고 나면 쓸 때마다 물로 씻고 말려야 하는 거품기에는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다. 라티시마+는 번거로운 최선보다는 합리적인 차선에 가깝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전자보다는 후자일 때가 많다. 우리 대부분은 캐리 브래드쇼 코스프레 때문이 아니라 바쁜 아침에 정신을 바짝 차리기 위해서 커피를 보약처럼 들이켜곤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