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6월10일까지 장소: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문의: 02-762-0010
웃음에도 품격이 있을까. 아무튼 나는 상황이 빚어내는 코미디를 좋아하는 편이다. 패러디보다는 그쪽이 좀더 맞는다. 말하자면 그들은 진지한데 나는 웃긴 상황이랄까. 그 순간의 묘한 쾌감을 즐긴다. 이것이 ‘백스테이지 실황극’을 표방한 연극 <노이즈 오프>에 끌린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 한 극단이 있다. 이들이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코미디 연극 <빈 집 대소동>. 공연 전날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제대로 된 리허설조차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배우들은 우왕좌왕, 그걸 지켜보는 연출은 속이 터져 죽기 일보 직전. 그럼에도 어떻게 극이 올라가기는 한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공연 중반부, 배우들간의 얽히고설킨 애정관계 때문에 다시 한번 극이 휘청휘청 흔들리기 시작한다. 당장 공연 시간인데 배우들이 대기실에서 안 나오고 사랑 싸움을 벌이고, 그걸 지켜보는 조연출과 무대감독은 정말 똥줄이 탈 지경. 젊은 애인 화 풀어주러 왔다가 낭패 본 연출도 마찬가지. 연극 <노이즈 오프>는 이렇게 한 극단이 공연을 말아먹은 사연을 총 3막으로 나눠서 시끌벅적하게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관객은 극중극 <빈 집 대소동>을 세번 볼 수 있다. 하지만 똑같은 공연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같은 대사와 장면이 상황에 따라 어떻게 어긋나고 수습되는지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연극 <노이즈 오프>의 장점은 발상의 참신함이다. 연극 밖 세상을 또 다른 연극으로 보여주는 만큼 배우들은 최대한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현실과 극의 구분을 애매하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극중극의 연출가 역할을 맡은 배우는 관객석에서 정말 연출가인 듯 짜증을 내며 걸어나오고, 도둑 역할을 맡은 배우 역시 객석에 앉아 있다 슬그머니 일어나며 등장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빚어지는 이들의 유머가 유쾌하다. 특히 2막부터 무대 뒤의 긴박한 상황과 슬랩스틱 코미디가 겹치면서 산만하지만 동시에 매우 즐거워진다. 한 인물 한 인물에게 초점이 맞춰지고 순서대로 등장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무대 뒤에서 다들 뒤섞여 사태를 수습하고, 또 사고를 치면서 무대를 가득 채운다. 그 과정에서 관객은 끊임없이 웃음을 터뜨린다.
객석과 무대의 간극은 줄고, 속사포 쏘듯 쏟아지는 대사들의 향연과 꼬이고 꼬인 배우들의 관계가 부르는 좌충우돌. 이런 상황극이 좋다. 그게 다소 산만할지라도. ㅋㅋㅋㅋㅋㅋ. 소리내어 크게 웃는다면 그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