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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합작영화 <서울> 배우 나가세 도모야
사진 이혜정황선우 2002-01-23

뜨거운 정의감으로, 데뷔전 1승!

“또 주먹질이네…. 내가 뭘 잘못했습니까!” 억울하다는 듯 개겨도 보지만 번번이 다혈질의 성격을 누르지 못하고 매를 버는(?) 풋내기 형사 유타로. 집 떠나와 이국 땅에서 수도 없이 구르고, 떨어지고, 얻어맞는 그의 좌충우돌 고생담은 곧 배우 나가세 도모야(長瀨智也)의 영화 신고식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냉철한 선배 김윤철(최민수)의 펀치와 면박에도 도무지 기죽지 않는 신참 형사처럼, 한국 국가대표급 카리스마와 겨룬 그의 연기는 설익었을지언정 패기와 눈빛에서만은 결코 지지 않으며 당당한 존재감을 유지한다. 그만하면 데뷔전은 1승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시사회장에서 그의 몸짓을 따라 애정어린 비명과 한숨을 토하던 한 떼의 소녀팬들이 증명해주듯, 나가세 도모야는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아이돌 스타. 94년 데뷔해 지난해에 음악 차트 1위에 오른 5인조 록밴드 토키오의 보컬이며 CF와 각종 버라이어티쇼, 드라마에도 출연하는 등 활동이 왕성한 스물다섯, 연예계 9년차의 남자다. 이제 자신의 무대를 한뼘 더 넓힌 그는 “TV 연기와 달리 카메라 안에서 돌아가는 필름의 무게감과 스케일을 절실하게 느꼈다”며 진지한 표정으로 영화의 매력을 털어놓았다.

일본영화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모든 촬영을 마친 <서울>은 할리우드 버디무비 스타일의 형사액션물. <러브레터> 프로듀서 출신인 나가사와 마사히코가 감독을 맡았으며, 촬영·조명·녹음팀 등 <화이트아웃>의 일본 스탭들이 건너왔다. 주인공 유타로가 범인 호송을 위해 서울에 왔다가 현금강탈 사건에 휘말리며, 한국 경찰들과 문화 충돌을 겪으면서 함께 해결해간다는 것이 기본 설정. 선배 형사들 앞에서 담배를 물다가 혼쭐이 나는 영화 속 에피소드처럼, 실제 촬영중에도 양국 풍속의 차이를 느끼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밥그릇을 한 손에 들고 식사하다가 식사 예절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은 일, 크랭크인 때 고사상에 놓인 돼지머리를 보고 기겁한 일이 그 예다.

유타로를 천방지축이지만 밉지 않은 인물로 그려내기 위해 그는 열정과 정의감을 연기의 키워드로 삼았다. 그리고 영화제작 과정에서 만난 한국 스탭과 캐스트들에게서 바로 그런 정열의 모델을 발견했단다. 같이 공연한 최민수에 대해서는 간단명료하게, 일본어로 “멋지다”는 단어를 세번 반복. 촬영현장에서 긴장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스탭들에게 따뜻하게 신경써주는 큰형 같은 면에 감탄했다. 촬영장에서 먹던 매운 맛 컵라면이야말로 한국 최고의 음식이었다는 걸 보면, 그에게 한국·한국인의 인상은 과연 ‘화끈함’으로 새겨진 모양이다.

화려한 호피무늬 의상과 반짝이는 별모양 벨트, 펑키한 헤어스타일의 발랄한 차림에 어울리지 않게도 그가 스트레스를 푸는 취미는, 컴퓨터 게임이나 운전이 아니라 뜻밖에 낚시다. 아시아 전체에서 뛰는 발 넓은 배우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다음 입질을 기다리는 중이라니, 그가 두 번째 작품으로 어떤 영화를 낚아올릴지 조용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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