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토니 길로이 / 출연 제레미 레너, 레이첼 바이스, 에드워드 노튼 / 개봉예정 8월
-<본 레거시>에 본이 나오지 않는다면 누가 나온다는 건가. =우선 <본 레거시>가 ‘본’ 시리즈의 프리퀄도 리부트도 아닌 스핀오프라는 점을 확실히 하고 넘어가자. 하차한 맷 데이먼을 대신해 제레미 레너가 연기하는 비밀특수요원의 이름은 소문 속의 아론 크로스가 아니라 케네스 키슨으로 밝혀졌다. 그는 본과 별개의 인물이지만 자신이 속했던 트레드스톤 프로그램에 버그 같은 존재가 된다는 설정은 공유한다. 그래도 기존 팬들에게는 그가 아직 본의 서자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 이해한다. 하지만 기대할 만한 부분도 있다. 토니 길로이 감독이 그를 톰 크루즈나 채닝 테이텀에 버금가는 ‘액션광’이라고 혀를 내둘렀다는 거 아나. 마흔이 넘는 나이에도 모든 스턴트를 몸소 소화해냈단다. 그러니 그의 순도 100% 활극을 기다려봐도 좋을 것이다. 본앓이 대신 키슨앓이가 시작돼도 책임 못 진다.
-‘본’ 시리즈의 설정은 얼마나 살려두었나. =우선 가장 큰 특징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 본의 자기 반영적 영웅의 면모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길로이의 귀띔에 따르면 본과 전혀 다른 능력과 태도와 욕구를 지닌 키슨에게는 “어떤 윤리적 갈등도, 기억상실증도 없으며 그는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자신이 시작한 여정을 끝내지 못했을 경우 어떤 위험이 따를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기존 팬들의 예상을 뒤엎을 수도 있으나 “팬심에 충분히 보상할 만큼은 된다”는데, 13년간 ‘본’ 시리즈의 각본을 쓰고 연출 경력도 썩 나쁘지 않은 그의 ‘작가정신’에 내기를 걸어보는 수밖에 없다. 부디 <더블 스파이>보다는 <마이클 클레이튼> 같은 결과물이 나오길 바라면서.
-촬영이나 편집 스타일도 많이 바뀔까. =길로이가 호언하기를 <본 레거시>는 이미 전세계가 원없이 “뜯어먹은” ‘본’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영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각 숏의 지속시간이 초당 2초가 안됐던 원래 시리즈가 갖고 있었던 호흡이나 빈번한 핸드헬드의 사용은 애초에 길로이의 취향과 좀 거리가 멀기도 하고. 촬영은 그와 <마이클 클레이튼>을 함께했으며 <데어 윌 비 블러드>와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에도 참여한 로버트 앨스윗이 맡았다. 길로이와 그의 찰떡궁합이 진정 “매우 다른 취향과 템포의 영화”를 보여줄지 기다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