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6월10일까지 장소: 학고재 갤러리 신관 문의: http://hakgojae.com
전시장에는 ‘색’(色)이 없다. 대신 흑백사진들 위로 색깔없는 피와 얼룩진 시간이 흐른다. 까까머리의 영정사진 속 인물과 눈을 마주치는 일은 여전히 서늘하고 두렵다. 사진가 노순택의 개인전 <망각기계>는 우리를 32년 전의 5월로 이끈다. 대추리 마을에서 용산참사 현장과 제주 강정 구럼비까지 날카로운 갈등의 현장을 지켜온 노순택은 이번 전시에서 묵직하게 ‘오월의 광주’를 꺼냈다. 수없이 많은 영정사진들과 망월동의 옛 묘지, 도청과 상무대가 있던 광주의 장소들은 기억과 망각 사이에 있다가 셔터 소리와 함께 여기로 불려나온다. 노순택이 6년 가까이 찍어온 5·18 관련 사진들은 잊어버리기엔 너무 가깝지만, 내 것이라 하기엔 멀리 있는 그날의 굴곡을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지하 1, 2층과 지상 1층을 채운 수십점의 사진들은 다큐멘터리 사진의 틀을 넘어 가장 비현실적이고 가장 거짓말 같은 장면들마저 담아낸다. 작가는 광주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국가와 사회의 폭력성을 마주하게 한다. 사진 위에 세로로 겹쳐 진열된 사진들이나 쭉 늘어선 영정사진들처럼 전시방식에 눈길이 간다. 전시와 함께 노순택 작가의 사진집 <망각기계>(청어람미디어)도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