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의 원제 ‘The Ides of March’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에 나온 대사로, 브루투스가 시저를 살해한 기원전 44년 ‘3월의 중간(15)일’을 뜻한다. 이 제목은 모리스 주지사(조지 클루니)의 민주당 경선캠프에서 인정받는 홍보관 스티븐(라이언 고슬링)의 변화를 좇아 영화가 폭로하는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반영한다. <킹메이커>는 ‘모시는 후보님’에 대한 선망과 더러운 정치를 청산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순진한 믿음이 어떻게 부서지고 또 그로 인해 한 청년의 근본이 얼마나 바뀌는지 추적하는 영화. 하지만 그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엔딩은 과연 그가 배신한 건지, 아니면 정치적 각성을 한 건지 저울질한다. 구스 반 산트의 ‘미드’ <보스>가 적나라하게 묘사한 대로 정치는 정의실현이 아닌 게임의 장이기 때문이다.
한편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음악은 드라마와 스릴러를 오간다. 바이올린족(族)의 현악기가 빚는 무거운 저음이 비극성을 고조시키는 중간중간 피아노와 관악기가 아름답게 활공하거나 속도가 급변하면서 긴장을 부여한다. 인상적이진 않지만 캐릭터와 놀랍도록 일치하는 메인 테마인데, 우아하고 고풍스런 전작들과 달리 다양한 구성과 변화가 돋보이는 스코어를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