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혁의 I AM
1.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은 [역시 은혁이다]이다. 2.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부모님]이다. 3. 신체 부위 중 가장 자신있는 곳은 [엉덩이]다. 4. 나는 가수가 되지 않았다면 [동네 마른 애]가 되었을 것이다. 5. 지금 당장 생각나는 사람은 [멤버들]이다. 6.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Billie Jean>]이다. 7. 살면서 가장 크게 울었던 때는 [태어날 때]이다. 8. 함께 영화를 찍어보고 싶은 사람은 [엠마 왓슨]이다. 9. 소개팅 자리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면 [사랑하겠]다. 10. 다시 태어난다면 [나]로 태어나고 싶다.
★ 톱스타병이란 말이 있다. 자신이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쓸데없이 거만하게 굴거나 지나치게 주변을 의식하는 사람을 비꼴 때 쓰는 말이다. 어느 예능프로그램에서 슈퍼주니어의 이특은 은혁의 톱스타병을 지적했다. 참치김치찌개를 시켰는데 김치찌개가 나오면 먹지 않는다거나 어두운 곳에서도 항상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얘기였다. 이에 은혁은 얼굴을 가리는 건 소속사의 전략이었다고 해명했다. 웃자고 한 얘기를 정색하고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다(<I AM.>에도 나오지만 은혁과 이특은 늘 투닥투닥하는 사이다). 실제로 만난 은혁은 참 소박했다.
“화려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요. 전 단지 무대에 서는 게 좋아요.” 은혁은 스무살에 슈퍼주니어로 데뷔하기까지 6년 동안 연습실에서 매일 춤을 췄다. <I AM.>에는 춤추는 게 그렇게 좋았다는 연습생 시절의 은혁이 등장한다. 순한 인상의 한 소년이 강렬한 춤을 선보인다. 촌스러운 패션과 헤어스타일을 압도하는 춤이다. 그때 어른 은혁이 소년의 곁으로 다가가 동작을 맞춘다. 크로마키 기술로 합성해 과거의 은혁과 현재의 은혁이 함께 한 화면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어린 은혁이 대견스럽다기보다는 귀엽고 짠했어요. 내가 많이 컸구나 싶고. 그리고 신기한 게 그때 배운 안무는 다 기억이 나요.” 은혁은 “옛날 얘기가 재밌죠?”라며 연습생 시절의 일화들을 놀라운 기억력으로 복원해 들려주었다. 자신이 흘린 땀에 대한 자긍심이 배어 있는 말투로.
현재의 은혁은 톱스타병에 걸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자리에까지 올랐다. 슈퍼주니어는 데뷔 1년이 채 안돼 가요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며 줄곧 승승장구한다. 그리고 2011년 10월23일. 슈퍼주니어를 비롯한 SM소속 뮤지션들은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무대에 선다.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의 공연은 많은 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무대였어요. 설렘보다는 책임감이 컸죠. K-POP에 대한 인상이 저희로 인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책임감은 은혁을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다. “어릴 때 집안 형편이 그리 좋지 않았어요. 데뷔하면 꼭 집안의 빚도 갚고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려야겠다 마음먹었어요. 그 마음이 책임감으로 발전한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은 썩 괜찮은 아들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는 부모님과 해외여행도 다녀왔고, 스물일곱 번째 생일을 맞은 올해 부모님께 집도 선물했다. 슈퍼주니어의 멤버가 아닌 평범한 청년 이혁재의 꿈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거다. 그 꿈을 위해 슈퍼주니어의 은혁은 열심히 아시아 투어, 월드 투어를 한다. 화려한 현실과 소박한 꿈 사이에 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