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창민의 I AM
1.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은 [실력이 점점 는다]이다. 2.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나의 아버지]다. 3. 신체 부위 중 가장 자신있는 곳은 [목선]이다. 4. 가수가 되지 않았다면 [미팅 열심히 하고 다니는 학생]이 되었을 것이다. 5. 지금 당장 생각나는 사람은 [유영진 작곡가님]이다. 6.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Yesterday>]다. 7. 살면서 가장 크게 울었던 때는 [첫사랑에 실패했을 때]이다. 8. 함께 영화를 찍어보고 싶은 사람은 [김수현]이다. 9. 소개팅 자리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면 [티나게 들이대겠]다. 10. 다시 태어난다면 [그래도 심창민]으로 태어나고 싶다.
★ ‘최강창민.’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때는 퍽 낯설었다. TV 쇼프로그램에서 “실은 동방신기의 이름이 오장육부일 뻔했다”는 일화를 들었을 땐 ‘그나마 최강창민과 동방신기란 이름이 멋스럽구나,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동방신기 그리고 그 안의 최강창민은 별나라 사람처럼 멀게만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의 무대를 보고나서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싹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더랬다.
어느덧 데뷔 9년차. 9년 동안 그는 심창민과 최강창민 사이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오고 있었다. 그토록 바라던 데뷔였지만 연예계 생활이 마냥 낯설어 “차라리 공부를 할걸”이라던 소년의 후회는 9년째 접어들어서야 “이제는 내 무대를 즐길 수 있게 됐다”는 대답으로 바뀌었다. 최강창민은 자신과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가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오글거리면 어떡하지”란 걱정을 제일 먼저 했다며 갑자기 진지해졌다. “영화가 부끄럽다는 게 아니라 SM 선후배 가수들의 이야기를 담았으니까 우리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이게 뭘까’란 생각을 할 수 있잖아요.”
그의 걱정이 섣부르다는 듯 영화 <I AM.>은 팬 서비스 차원의 공연 실황이 아닌 그들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담은 영화다. 가수로서의 삶과 행복 그리고 나 자신을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냐고 묻는 공통질문에 대답하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32명의 가수 중 최강창민은 의외로 가장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같은 팀의 멤버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엔 단호한 표정으로 “얄밉다”라고 할 정도다. 하지만 “같이 해온 시간이 10년이 넘는데 어떻게 안 싸울 수가 있겠어요. 마냥 사이가 좋다고 말하는 건 솔직히 거짓말이죠. 그렇게 다투고 무대에 올라도 멤버(유노윤호)가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금세 마음이 풀리고 멋있다고 생각하게 돼요”라고 말하며 멤버에 대한 깊은 속정을 언뜻 내비친다. 함께 무대를 만들어가는 파트너로서 또 애써 ‘사랑한다’ 말하지 않는 가족 같은 관계로 동방신기는 9년이란 시간과 무대를 훌륭히 꾸려왔다.
현재 그는 연기자 심창민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필모그래피에는 벌써 3편의 작품이 쌓였다. 최근 그는 일본에서 영화 <황금을 안고 튀어라>를 찍으며 쓰마부키 사토시, 아사노 다다노부 등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드라마 데뷔작 <파라다이스 목장> 이야기를 꺼내자 아직 연기자라 불리는 게 쑥스러운 듯 웃어 보이기도 했지만, 최강창민은 “본격적으로 연기 공부를 하고 싶다”며 연기에 대한 욕심을 내보였다. “대중이 저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어떤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로 먼저 내세우기는 싫어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잖아요. 사람들의 기대에 저를 가두기보단 느리더라도 꾸준히 성장하고 싶어요.” 소년에서 훌쩍 아티스트가 되어버린 최강창민은 그 누구보다 스스로를 다스리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 그에게 펼쳐진 길이 전혀 걱정되지 않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