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6월12일까지 장소: 아뜰리에 에르메스 문의: 02-544-7722
이번에는 광장이다. 광장이 건물 3층 안에 있다면? 그런데 이 광장에 날마다 물을 줘야 하는 연둣빛 식물과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흡연 지대, 그리고 세계의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나침반까지 있다면 당신은 믿을 수 있을까.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뜰리에 에르메스에 작가 홍승혜가 만든 광장이 있다. 에르메스 매장 건물 3층에 자리한 전시장에서 열리는 <광장사각>(廣場四角)전이다. 작가는 사각형을 광장의 큰 틀로 구축하고 그 안에 작고 큰 여러 개의 사각-상태를 배치한다. 사각형이 모여 광장 벤치도 되고 길게 쭉 뻗어 쉬어갈 수 있는 바(bar)도 된다. 유난히 네모반듯하게 구획된 창틀을 가진 에르메스 건물 안으로 들어온 홍승혜의 ‘광장’은 색을 배열하는 만큼 다르게 보이는 ‘큐브(놀이)’를 닮았다. 언뜻 건조하고 심심해 보이지만 군중 없이 조용히 작가의 광장을 거니는 시간은 신선하다.
사각형의 광장도 아니고, 광장의 사각형도 아닌 <광장사각>(廣場四角)은 이제껏 작가 홍승혜가 집중해온 <유기적 기하학>(Organic Geometry)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 하나하나의 기하학을 넘어 전시장 공간 자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사각의 세계로 변신시켰다. 광장사각은 실제 광장을 100% 따라하지는 않지만 현실과 게임하듯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전시장 안의 <화장실 표지판>은 실제 전시장 화장실을 안내하고, <흡연구역 표지판>과<재떨이>는 그냥 작업이기를 넘어 실제 재떨이로 쓰인다. 벤치에 잠시 앉았다 갈 수 있는 건 물론이다.
눈에 보이는 군더더기들을 제거하고 나면 어떤 상태가 남을까. 도시와 건축물을 구성하는 기본 형태는 사각이다. 지루할 만큼 반복되는 일상의 ‘사각’은 여기 광장에서는 좀더 변화 가능하다. 굴러가는 사각형을 잘라 만든 듯한 벤치와 LED 조명으로 된 화장실 표지판이 공간 밖으로 튕겨나갈 듯 입체적이라면 전시장 바닥에 검은 스티커로 격자무늬를 그리는 <광장사각>과 벽에 푸른색을 칠한 월페인팅 <하늘조각>은 바닥과 땅에 딱 붙어 평평하다. 박광수, 심래정 등의 작가와 공동작업한 와인바 네온사인과 영상 프로젝션은 광장에 활기 넘치는 공기를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