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70.9 x 134.4 x 11.1mm(W x H x D), 4.3인치 LCD, 무게 156g
특징 1. 한곡을 들어도 제대로 듣자. 2. 절구통 몸매의 소유자. 생각보다 훌륭한 외관과 그립감을 보여준다. 3. 와이파이만 있으면 손쉽게 친구와 음악을 공유할 수 있다. 물론 같은 기계끼리만. 4. 3G와 카메라 기능은 없다. 스마트폰을 기대하면 안된다. 5. 이게 정말 번들 이어폰이라니.
나이가 들어가는 걸 정작 본인은 잘 모른다. 노화의 체감은 어린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게 드러난다. 얼마 전의 대화가 꼭 그랬다. 나와 친구, 친구의 중학생 조카와 함께 버거를 깨물다 우연히 워크맨 얘기가 나왔다. 그 조카 녀석이 눈을 말똥말똥 뜨고 물었다. “워크맨이 뭐예요?” 카세트테이프나 CD를 빗살무늬토기와 비슷하게 인식하는 이 MP3 세대에게 한참을 신나게 워크맨의 위엄에 대해 떠들었지만, 돌아온 건 반쯤 풀린 눈빛과 하품뿐.
아이팟 이상의 혁명이었던 워크맨도 이대로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구나 싶었는데, 소니가 워크맨의 신화를 재현하겠다며 새로운 워크맨을 내놨다. 이 새로운 워크맨의 공식적인 명칭은 ‘워크맨 Z’다. 기존의 워크맨이라는 타이틀은 그대로 두고, 다른 제품군의 최고가 기종에만 붙이던 ‘Z’라는 알파벳을 붙였다. 나름대로 성능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말. 스마트 플레이어로는 최초로 듀얼코어 CPU를 장착하기까지 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워크맨 Z가 가장 신경을 썼던 홍보문구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 플레이어’라는 점이었다. 아이팟 터치도 아이폰에 잠식당하는 이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라는 미끼가 과연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까 하던 찰나, 반성했다. 안드로이드 같은 건 옵션일 뿐, 본질은 아니다. 워크맨 Z의 본질은 바로 ‘음악’이다. 워크맨 Z는 음질이라는 다소 식상한, 혹은 당연한 화두를 다시 끄집어냈다. 소니 고유의 음장 기술을 곳곳에 적용한 덕에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음질 향상을 이뤄냈다. 특히 한때 좋은 사운드의 기준으로 여겨지던 ‘뭉개지는’ 베이스가 아닌, 귀에 착착 감기는 선명한 베이스는 아주 만족스러운 부분.
게다가 이 제품의 번들 이어폰은 번들이라는 단어가 무색한 수준이다. 좋은 반응을 얻었던 소니의 EX300SL과 같은 수준의 이어폰이 들어 있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의 사운드를 구현한다. 워크맨 Z의 진가는 바로 이 본질로의 회귀에 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우선은 무게다. 워크맨 Z의 무게는 156g. 아이팟 터치가 101g, 아이폰4s가 140g인 걸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무겁게 느껴진다. 와이파이 기능은 있지만 3G 기능이나 카메라 기능도 없다. 하지만 한 가지만 기억하자. 얼마 전 애플은 ‘Mastered for iTunes’라는 서비스를 공개했다. 아이튠즈를 통해 스튜디오 수준의 파격적인 고음질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음악의 양이 아니라 음악의 질을 고민하는 시기가 됐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워크맨 Z는 꽤 트렌디한 기기일지도 모른다. 16GB 34만9천원, 32GB 39만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