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양은 20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도 변한 게 거의 없네요. =그건 기자님이 3D 안경을 안 쓰고 계서서 그래요. 3D 안경을 쓰고 보면 전 가슴도 봉긋해지고 엉덩이도 빵빵해지고….
-오! 3D 전신성형수술을 하셨군요. 20년 만에 캘리포니아 금발 미녀 같은 글래머로 재탄생하셨으니 왕자 양반도 더 좋아하시겠습니다. =쳇, 수천만달러를 들여서 3D로 몸매를 교정해봐야 보여주고 싶은 사람도 별로 없는걸요.
-행복하게 해피엔딩을 맞은 왕자님이 계시잖아요! =왕자 양반은 애초에 제 스타일도 아니었어요. 느끼한 금발하며. 어우… 그 인간 얼굴만 떠올려도 에멘탈 치즈를 갈아서 염소젖에 타서 꿀꺽꿀꺽 마시는 것 같아.
-그런데 영화 마지막에는 야수가 왕자로 변하는 순간 엄청 기뻐하셨잖아요? 속마음은 다르셨다는 건가요? =할 수 없잖아요.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언제나 Happily Ever After(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게 법칙이니까, 저는 좋건 말건 활짝 웃으면서 행복해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거예요. 그러지 않고 “이놈의 느끼하고 빼빼마른 금발 양아치는 뭐야! 다시 야수로 돌려내! 나 초식남보다 짐승남 체질이라고!”라며 소리라도 질렀다가는 디즈니가 절 자르고 다른 계집애를 주인공으로 집어넣었을 거예요.
-아, 짐승남 좋아하시는군요…. 하지만 야수를 처음 만났을 때 되게 무서워하셨잖아요. =에이, 기자님도… 밀고 당기기 몰라요? 사실 야수를 보자마자 이 남자 딱 내 스타일이다 싶었어요. 큰 덩치하며 온몸에 가득한 털하며 시원시원한 성격하며. 어우 다시 생각해도 온몸이 막 저릿저릿 흥분된다. 그런데 여자가 너무 처음부터 들이대면 남자들은 오히려 뒤로 물러서는 법이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겁에 질린 척, 조신한 척, 연기를 좀 했죠.
-휴, 이거 <미녀와 야수>가 아니라 <마녀와 야수>라고 불러야겠어요. 그나저나 자기 스타일도 아닌 남자와 20여년을 같이 사는 것도 꽤 고통스러운 일일 텐데, 어떻게 견디셨어요? =지금이라도 다시 야수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할 거예요. 사실 왕자놈이 잘 때마다 얼굴에 털나는 약도 발라보고 아침마다 단백질 셰이크도 먹여보고 했는데, 안되더라고요. 훗.
-그럼 이혼하고 다른 짐승남을 찾아보는 건 어때요? =디즈니랑 종신계약이어서 안된다니까요. 나중에 디즈니 캐릭터 다 모아서 <디즈니 어벤져스> 같은 거라도 좀 만들면 안될까요? 왕자놈은 포카혼타스랑 붙여주고, 저는 곰돌이 푸랑 커플이 된다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