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 감독이 <아는 여자> 개봉을 앞두고 썼던 제작기를 인터뷰 전에 다시 읽었다. 그는 대략 다음과 같은 대화를 글의 한쪽에 옮겨놓았다.
장진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정재영 헤헤 왜 이래… 술 먹었어요? 이나영 감독님, 술 잘하세요? 근데 우린 왜 회식 같은 거 안 해요? 장진 십년 동안 한 남자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여자는…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르는 사랑을 하는데 말이야…. 자신의 사랑에 대해 어떤… 희망을…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이나영 우리 밥 안 먹어요? 정재영 시켜먹자 그냥…. 이나영 난 짬뽕… 오빠 짜장 시켜요… 갈라먹게…. 장진 살면서 어느 순간엔가 누군가에게 ‘아, 이게 바로 사랑이구나’라는 확신을 느낀다면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더라도 그 사랑을 잡을 수 있을까? 정재영 헤헤, 왜 그래 자꾸? … 나 결혼했어…. 이나영 오빠 애가 몇살이랬죠? 정재영 네, 네살이던가? …가만, 전화해서 물어봐야겠다. (전화 끊으며) 우리 아들 네살 맞대. 이나영 우리 강아지는 열두살인데….
읽고 나서 이렇게 생각했다. 하하, 이분 글을 참 재미나게 쓰셨어. 이 엉뚱한 찰떡궁합 짝꿍의 성격을 단숨에 드러내주셨네. 그러면서 이런 생각도 했다. 그래도 그렇지 꼭 저렇게 말했으려고. <아는 여자>의 정재영과 이나영을 동치성(정재영)과 이연(이나영)으로 다시 만났을 때 깨달았다. 그때 정말 그렇게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추억을 더듬고 말을 주고받자, 엉뚱 발랄 코믹한 커플 동치성과 이연이 이미 거기 돌아와 있었다.
정재영 투구폼 죽인다! 그런데 사실 야구광, 아니다! 운동도 별로 안 좋아하는 눈치….
-<아는 여자>라는 제목이 재미있습니다. 처음 이 영화의 제목을 들었을 때 두분은 어떤 느낌이었나요? =정재영_제목만 보고는 모르겠더라고요. 무슨 가요 제목 같기도 하고. 시나리오 읽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그제야 제목이 너무 기가 막힌 거야. 극장에서. “(저 여자) 누구야?” 그러면…. 이나영_(말을 받으며) “아는 여자야”, 그러잖아요. 지금도 <아는 여자> 말씀하시는 분들 많아요. 개봉 때 못 보고 나중에 본 다음 좋다고 말씀해주는 분들도 많고요. 사실 저는 그때 포스터가 좀 아까웠어요. 더 멋지게 찍을 수도 있었는데. 아 맞다, 그때 우리 희한한 홍보도 했잖아요. 극장 객석에 앉아 있다가 우리쪽으로 조명 들어오면 영화 속 극장 장면하고 똑같이 퍼포먼스도 하고. 정재영_언론시사하고 나서 분위기는 좋았지. 다섯 중에 네 사람은 좋아했던 것 같은데? 이나영_대중은 이 영화를 나중에야 더 좋아한 것 같아요. 근데요, 궁금한 게, 남자들이 이 영화에 되게 로망이 있나봐요. 정재영_야, 당연하지. 너처럼 예쁜 여자가 짝사랑해주는데. 이나영_저 의외로 영화에서 짝사랑하는 역할 되게 많아요. 영화에서 왜 짝사랑만 하느냐는 질문도 많이 들을 정도예요. 정재영_실제로도 짝사랑하는 스타일이야? 이나영_그런 것 같아요. 정재영_오오. 누구냐 그놈은? 그러고보면 하느님이 있긴 한 것 같아. 공평해. 이나영_음… 조니 뎁? 조니 뎁 싱글이라던데. 정재영_뭐야, 그런 애 좋아하는 거야?
흰 수염에 주름, 아이고, 젊은 역할은 못하겠구나
-상상입니다만, 혹시 장진 감독이 <아는 여자>의 속편을 만들 계획이 있다고 하면 두분은 다시 응할 생각이 있나요? =이나영_아무래도 스코어는 잘 나오지 않았어도, 이 영화는 명작이잖아요. 재미나게 소소하게 면 또 다른 맛이 나올 것도 같고.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요? 정재영_원본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모험이 따르겠지만, 뭐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나쁠 건 없지요. 이나영_다른 것보다 저희 둘의 호흡이 재미있을 것 같네요. 정재영_뭐 꼭 할 필요도 없지. 아, 벌써 8년이 됐어. 얘는 그대로인데, 나만 늙었어. 난 목소리도 변했고 생각도 변했고. 흰 수염도 많이 나고. 이나영_오빠, 저는 요즘 생각이 만신창이에요. 어, 근데 흰 수염 나면 좋을 것 같다. 정재영_야, 그럼 너도 한번 나봐라. 그거 매일 자라서 염색도 못해. 젊을 때는 내가 개성이 없는 얼굴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빨리 나이 들어서 로버트 드 니로나 숀 펜처럼 인생이 묻어나는 역할하고 싶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흰 수염 나고 주름 생기고 하니까 인생 묻어나기는 개뿔. 내가 늙어가는구나, 젊은 역할은 못하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어. 이나영_(진지하게) 우리는 벤자민 버튼이 될 하수는 없는 걸까요. 아니면 냉동인간이 되어야 하나.
-음… 잠깐… 영화로 되돌아가… 볼까요. 장진, 정재영, 이나영의 조합은 당시에는 굉장한 모험으로 여겨졌습니다. 처음 제안받았을 때 두분은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나요. 정재영씨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16시간 만에 승낙했고 반대로 이나영씨는 90일 넘도록 길게 고민하셨는다는데요. =이나영_정말 석달 고민했어요. 제가 그때 제 역할에 대해서, 연기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시작할 때였거든요. 더 시간 끌었으면 감독님이 제 안티 사이트 만들려고 하셨대요. (웃음) 일단은 장진 감독님 대본이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저에게 <아는 여자>는 찍으면서 더 좋아진 영화예요. 처음에는 감독님의 코미디를 글로 이해하기란 어려웠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 보고 이 캐릭터는 왜 이러고 있나, 싶었거든요. 그래서 찍으면서는 감독님이 귀찮아할 정도로 많이 물어봤어요. 그런데 현장편집 보니 차근차근 그 디렉션을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정재영_저에게는 제일 재미있었던 영화 중 한편이에요. 제가 그때까지 <실미도> <귀여워>, 이런 마초적인 역할을 많이 했잖아요. <아는 여자> 한다고 하니까 괜찮겠느냐고 주위에서 내 걱정을 막 하더라고. 하긴, <피도 눈물도 없이> 찍을 때도 내 걱정 해주는 줄 알았더니 사실은 작품 걱정이더라고. (웃음) 여하튼 전 새롭지 않으면 안 했을 거예요. 저한테 처음 들어온 제안이 아니란 것도 알고 있었거든요. 난생처음으로 제가 먼저 해보고 싶다고 제안했을 정도였어요. 물론 나영씨는 상대배우 때문에 고민 많이 했겠다, 그치? 상대배우가 정재영이었으니까. (웃음)
-서로에 대한 인상은 어떠했나요? =이나영_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어요. 저는 일단 정재영 선배님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어서 좋았고요. 요즘에도 오랜만에 오빠 뵈면 그냥 편해요. 별로 안 어색하고요, 계속 보아왔던 사람 같고요. =정재영_나는 사실 그때 나영씨가 좀 어려웠어요. 내가 주로 남자들만 많이 나오는 영화에 나왔잖아요. (웃음) 그러다 이나영이라는 당대 스타 여배우를 만난 건데 그게 되게 어렵더라고. 일부러 그렇지 않은 척, 담담하고 대범한 척한 거지. 그런데 작품할 때 영화 속 인물 대 인물로 일해보니 호흡 잘 맞는 사람끼리 탁구 치듯이 아주 잘 맞더라고요.
이나영이라는 배우, 본능적으로 솔직하구나
-기억에 남아 있는 상대방의 연기가 있나요? 정재영_이나영이라는 배우에게 느낀 점은 이 배우가 연극을 하거나 연기 수업을 오래 받은 것이 아닌데 본능적으로 솔직하구나, 하는 거였어요. 몸에서 우러나는 대로 하는 그런 능력이 뛰어나요. 영화에서 동치성이 술 먹고 주정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이연이 귓속말로 “사랑해요”라고 말해주는 건데 그때 나영이가 막 울더라고요. 그런데 그 수위가 장진 감독이 의도한 정도가 아니었나봐요. 되게 당황스러워하더라고. 장진 감독이 나한테 와서 이거 지금 이상하지 않냐, 자기가 원했던 장면의 감정이 아닌 것 같다, 그러더라고요. 이나영_제가 리허설대로 안 한 거죠. 그때 많이 혼났어요. 리허설에서 감정을 드러내 보이면 현장에서 좋은 감정이 나오지 않을까봐 제가 일부러 마음을 닫고 있다가, 그래서 감독님이 말 시켜도 벽만 보고 저 혼자 감정에 집중하고 있다가 찍은 거거든요. 감독님께서는 그렇게 갑자기 톤을 올리면 상대배우가 놀라지 않겠느냐고 하셨고요. 그래서 제 연기 수위에 맞게 오빠가 리액션을 한번 더 찍는 수고를 하셨잖아요. 정재영_그런데 나는 그게 오히려 좋았어. 호흡이 처음에 안 맞을 수는 있지. 하지만 리액션이야 거기 맞춰서 다시 찍으면 되는 거잖아? 그런 부분을 상대배우가 고려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든. 저 배우가 왜 사전 약속대로 안 하는 거지, 라고 생각하는 건 오히려 잘못된 거지. 나는 그때 나영이 느낌이 훨씬 좋았어. 동치성의 느낌으로 말하자면, 주사를 부리다가 갑자기 술이 확 깨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장진 감독님은 정재영씨의 코믹 연기에 대해서도 말한 바 있습니다. “절실함과 품위에서 출발하는 코미디”라고 했습니다. =정재영_에? 뭐요? 절실… 품… 위요? 야아, 장진 감독이 포장을 엄~청 했네. 난생처음 들었네. 처음 듣는 얘기예요. 그 양반이 남의 칭찬도 흉도 앞에서는 안 해요. 다 뒤에서 하지. 이나영_(고개 끄덕끄덕) 정재영_그래도, 코미디란 게 원래 절실함과 품위가 있어야 나오는 거니까 그건 맞는 말일 수도 있겠네요.
-동치성과 이연은 지금 생각해보니 어떤 인물인 것 같나요? =정재영_이연? 이연? 야 지금 들으니까 꼭 욕 같은데? 이나영_어, 정말, 욕하는 것 같아요. 근데 지금 생각해도 이연은 괴짜예요. 혼자 살아가는 모습이 많이 나오잖아요. 그런 외로움을 자기만의 엉뚱한 형식으로 삼고 살아갔던 아이인 것 같아요. 그래도 이연이 참 좋았던 건… 뭔가 거창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정재영_나는 개인적으로 영화 첫 장면 기억이 많이 나. 내가 골덴 의상을 진짜 싫어하거든. 어렸을 때 하도 입어서. 그런데 그걸 갖고 왔더라고. 내가 이걸 입어야 하나, 그랬지. 그 장면에서 애드리브한 것도 생각나네. 옷까지 벗어던지고. 별걸 다 했네. 하루 종일 그렇게 찍었는데 그걸 점프컷으로 처리했더라고. (웃음)
-<아는 여자> 이후 두분이 같은 영화에 출연한 적은 없습니다. 서로 연락은 하고 지내는 사이였는지요. 서로의 근황에 대해 알고들 계셨는지. =정재영_연락요? 잘 안 하는데… 하면 이런 걸로 해요. 전화해서 “야, 시사 와라”. 이나영_(말 받아서) 그러면 제가 “아니요, 저 바빠서 못 가요. 다음에 봐요”, 그래요. (웃음) 정재영_최근에는 (송)강호 형하고 나영이가 <하울링> 같이 하니까 그거 계기로 술자리에서 자주 봤네. 시시껄렁한 이야기 하고 놀았어요. 야, 술 사라 하면서. 같이 촬영하는 사람들 이야기도 하고. 그런데 여배우하고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고 지내기는 어려워요. 수다 떨고 할 내용도 실은 별로 없고. 따로 만나야 하는 것도 아니고. 뭐, 개인적으로 만나면 나야 좋지만(웃음), 쉽지 않지요. 여배우들 만나는 게 일반인만 어려운 게 아니라니까. 이나영_(새삼 진지하게) 근데 여배우의 기준이 뭘까요. 까칠하고 말 잘 섞지 않고 하는 그런 모습을 여배우의 모습이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던데… 여배우는 여배우다워야 한다고요. 폼도 좀 잡아야 한다고요. 그런데 그것도 하는 사람만 하는 거지. 저 같은 사람은 잘 못해요. 필요할 때가 있긴 하겠지만… (기자를 쳐다보며) 근데 정말 여배우의 기준이 뭘까요?
가장 웃기게 나온 사진 실어주세요!
-(우물쭈물 넘기며 급격하게 마무리하는 분위기로) <아는 여자> 이후의 행보에 대해, 서로의 연기에 대해 해줄 말씀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서로 덕담이랄까요. =정재영_다른 것보다 대한민국에서 이나영이라는 배우가 오랫동안 연기했으면 좋겠어요. 세월이 더 흘러서 <씨네21>이 17주년이 아니라 27주년이 되었을 때 다른 영화로 또 이런 자리에 나오는 배우로요. 그때 저 역시 다시 한번 함께 나올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이겠지요. 이나영_에이 쑥스럽게. 저는 뭐 감히 드릴 말씀이 없어요. <아는 여자> 이후에 오빠는 배우로서 너무 자리를 잘 잡으셨잖아요. 정재영_야, <아는 여자> 같은 작품, 나하고 한번 더 하고 싶다고 그래. 그래야 나한테도 시나리오 들어와. 이나영_오빠는 <아는 여자> 이후 최고의 배우가 되셨고요. 건강만 잘 지키면 될 것 같아요. 정재영_야, 나하고 드라마 하나 같이 하고 싶다고 그래. 네가 한다고 그래야 나한테도 들어온다니까.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두분이 성별은 다르지만 성격은 비슷하다는 인상을 갖게 됩니다. =정재영_저는 낯가림이 심할 때는 되게 심한데요,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또 잘 어울려요. (그러다 문득) 그런데 배우들은 보면 다 정신병자 같아. 이나영_그러니까 배우 하는 거 아닐까요? 정재영_어떨 때 보면 나도 정신병자 같다니까. 그래서 그런가. 요즘은 나보고 자꾸 4차원이라고 해. 이나영_저한테도 그러는데요, 저는 정말 4차원이라는 기준을 모르겠어요. 4차원은 뭐고 2차원은 뭐죠? 정재영_나는 4차원 아니야. 2차원이지. 단순하니까. 가만, 2차원은 철이 없다는 건가?v 이나영_철없는 게 좋은 거예요. 정재영_철은 있었다 없었다 해야지. 사이코가 돼야 해. 이나영_맞아요. 왔다갔다해야 돼요. (진지하게)제가 얼마 전에 텔레비전을 보다 문득 생각난 건데요, 모든 인간은 코믹 본능을 전부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걸 얼마나 표출하느냐가 문제인 거고요. 코미디를 할 때 굉장한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술을 먹거나 할 때 그런 걸 개발하기도 하는 것 같고. 저도 코미디 엄청 좋아해요. 루저 코미디를 주로 좋아해서 그렇지…. (사진기자의 말에 따르면, 이나영은 이날 찍은 사진 중 가장 웃기게 나온 사진을 실어달라며 특별히 부탁했다고 한다.) 정재영_아! 근데 내가 <언터처블: 1%의 우정> 봤거든? 재밌더라. <아는 여자>가 그런 과의 영화 아니었을까. 이나영_그러게요. 정재영_우리 <아는 여자> 속편 찍으면 프랑스에서 하면 좋겠다. 이나영_그래요, 프랑스에서 바바리 입고 우리 속편 찍어요. (갑자기 기자쪽으로 고개 돌리고) 근데 오늘 저희 찍은 거 표지 아니에요? (아니라고 하자) 에이, 사진 예쁘게 나오면 그래도 표지해주실 거죠?
-….
후기
종종 산으로 향했던 대화를 마치고, 인터뷰가 끝나 유쾌하게 돌아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는 여자>의 한 장면이 불현듯 떠오른다. 동치성과 이연이 과일을 깎아 먹으며 다정하게 야구 중계를 보고 있다. 타자가 쳤고 수비가 공을 잡은 모양이다.
이연 방금 저렇게 친 볼을 잡아가지고요…. 동치성 수비가? 이연 예… 수비가 잡아서…. 동치성 땅볼로…? 이연 예, 땅볼로요. 잡아서 관중석으로 던지면 어떻게 돼요? 동치성 1루로 안 던지고요…? 이연 예, 그냥 확 관중석으로 던지면…. 동치성 (순간 이연의 뒤통수 치는 시늉을 지었다가)… 왜 거기다 던져요? 이연 재미있잖아요! 그런 거 보고 싶은데… 재미있겠다!
<아는 여자>에서 동치성은 날아오는 공을 잡아 끝내 관중석으로 던진다. 이연 보고 재미있으라고. 우리는 산으로 가는 대화를 집어서 지금 당신에게 던진다. 역시 재미있으라고. 그게 <아는 여자>의 사랑법이고 대화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정신을 다잡고 영화의 장점을 말하려 애쓰는 개봉 시즌 때의 강박은 이날의 대화에 없었다. 따뜻한 봄날, 그냥 한나절, 편하고 나른하게 어울려 놀았던 한쌍의 이야기를 지금까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