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먼저 그동안 몰라뵈어 죄송합니다. 저는 사실 <타이타닉 3D>처럼 브라이언 드 팔마의 <언터처블>이 새로 3D로 나온 줄 알았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뭐 그럴 수 있죠. 제목만 보고 액션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자토이치나 외팔이처럼 휠체어를 타고 다니다가 갑자기 제가 뛰어올라 하하. 하긴 제 팔다리가 성했다면 당장 당신 머리를 뽑아 저글링을 했을 거예요. 하하 농담입니다.
-또 하나 죄송한 게 있습니다. 당신 모습을 보고 더스틴 호프먼이 그 사이에 젊어졌네, 하고 생각했거든요. =하하, 그것도 참 많이 듣는 얘깁니다. 그런 명배우와 비교해주니 저로서는 무한한 영광이죠. 그나저나 그분 요즘 잘 살고 계신가 모르겠네요.
-저야 모르죠. 암튼 먼저 드리스를 만났을 때 첫인상이 어떠셨는지요? =와, 진짜 깜둥이 중에서도 깜둥이다. 진짜 시커멓네, 라고 생각했죠. 하는 짓을 보고는 세상에 뭐 저런 놈이 다 있나 했죠. 아무리 못 배우고 가진 것 없는 놈이라지만 말하는 모양새가 정말.
-말씀이 좀 지나치신 것 같은…. =상관없어요. 드리스도 이제는 저한테 툭 하면 병신 새끼라고 해요. 하하하. 우리, 그러면서 놀아요. 공개적인 곳에서 그러면 안되겠지만 우리끼리는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살아요. 남자끼리인데도 같이 농구하고 축구하면서 몸을 부대끼며 놀지 못하니까 그렇게 입으로라도 죽일 듯이 싸워야죠.
-특별히 친해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그동안 제 돈을 보고 접근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그들이 제 손을 잡아줄 때의 체온만 느껴도 그것이 진짜 호의인지 거짓 꼼수인지 바로 알 수 있어요. 워낙 오랫동안 휠체어 신세를 져서 그런 감각만 발달했거든요. 눈빛 같은 거 볼 필요도 없어요. 눈빛이 제일 거짓말을 잘해요. 그런데 순간 느껴지는 그 체온은 스스로 조절할 수 없거든요.
-그런데 드리스는 달랐나보군요. =손도 못 쓰는 저한테 휴대폰 받아보라고 건네는 거 보세요. 하하하. 그때 얼마나 황당하던지. 그 우악스런 손을 잡았을 때 마치 제가 사이코메트러가 된 것처럼 그 사람의 모든 것 이 보였어요. 워낙 가진 게 없어서 뭘 가진다는 것에 대한 행복을 느껴본 적도 없으니 욕심이란 것 자체가 없는 사람이죠. 너무나 순수해서 도저히 ‘사심’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친구였어요.
-당신이 부자라는 건 아나요? =하하, 하긴 드리스는 제가 얼마나 부자인지도 몰라요. 그가 볼 때는 제가 그저 자기가 사는 집보다 더 큰 집에 사는 사람일 뿐이죠. 그러니까 사람들이 우리 우정을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참 뻔한 말인데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비하면 우리가 무슨 장애인인가요. 하긴 가난한 것도 장애로 취급하는 세상이니, 그래서 우리의 이런 우정을 1%로 보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