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에 열린 독립영화전용관/영상미디어센터 효율적 운영을 위한 2차 공청회.
“독립영화의 경우 영진위에선 7억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는데 지원 규모를 늘리든지 기존 감독과 신인 감독을 구분하든지 보다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해에 150편 정도의 국내영화가 나오는데 이중 독립영화가 절반을 차지한다. 지원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걸 내년 사업에 반영하려고 한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김의석 위원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오마이뉴스>(4월1일)와 나눈 인터뷰의 일부다. 김 위원장은 “독립영화는 한국영화의 기반”이며 “독립영화 지원은 영진위의 주요 사업”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을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강한섭, 조희문 두 전임 위원장이 독립영화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노출하며 관련 지원 사업들을 파행으로 치닫게 했던 것과 사뭇 다르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독립영화감독 역시 김 위원장 체제의 영진위에 대해 “아쉽고 미진한 점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이라고 단서를 달긴 했으나 “그가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라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하지만 봄이 왔다고 꽃이 피는 건 아니다. 독립영화 진영엔 여전히 삭풍이 불고 있고, 잔설이 남아 있다. 5월31일 개막을 앞둔 인디포럼은 3월22일 영진위로부터 300여만원의 소송비용을 한달 안에 입금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앞서 인디포럼은 조희문 위원장 시절 영진위의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자 선정이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며 법원에 ‘사업자선정취소처분 소송’을 제기했으나 결국 패소했다. 인디포럼작가회의 상임작가인 김일권 시네마달 대표는 “재판에서 졌으니 상대가 소송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예상된 일”이라면서도 “감독들과 활동가들의 희생으로 꾸려가는 영화제 입장에서 300만원은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청구된 소송비용을 마련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는 점도 ‘인디포럼 2012’를 괴롭히고 있다. 4월12일까지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올해 영진위의 단체사업 지원에 응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촛불 관련 단체’라는 낙인 때문에 지원받지 못했던 2009년과 2010년처럼, 빚을 떠안고 영화제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면, 영진위와 독립영화 진영 사이에 갈등의 골은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여전히 남아 있는 거리감이다. 법이 영진위의 손을 들어줬다고 해서 지난 4년 동안의 논란이 모조리 해소된 것은 아니다. 법적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나 그 의미를 과도하게 해석해선 안된다. 당시 판결문이 일러주듯이, 독립영화전용관 및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에 대해 법원이 인정한 건 영진위의 ‘재량권’이다. “절차에 하자가 없었다”고 해서 영진위가 져야 할 책임까지 면제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인디포럼과 마찬가지로 300여만원의 소송비용을 물어야 하는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의 이주훈 사무국장은 “새 사업자로 선정됐던 단체들이 실질적인 운영능력을 갖추지 못했음이 드러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면서 “그럼에도 영진위는 1년 뒤에 해당 사업에 대한 충분한 평가 없이 위탁 대신 직영 방식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논란을 서둘러 덮으려 했다”고 비판했다. 영진위의 인디플러스와 서울영상미디어센터가 자율성 및 효율성의 측면에서 독립영화인들의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하는 건 기존 사업에 대한 투명한 평가가 결여되어서다. 독립영화를 제대로 껴안으려면, 영진위는 일방적인 구애보다 구체적인 대화를 건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