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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현재보다 낙관적이다… 홍콩에서라면 언제나
주성철 2012-04-10

홍콩 필름마트, 아시안 필름 어워드, 그리고 홍콩국제영화제 그 중심에서 바라본 미래의 청사진

“올해 더 유난히 활기차지 않나요?” 홍콩 필름마트(이하 필름마트)와 아시안 필름 어워드(AFA), 그리고 홍콩국제영화제까지 영화, TV, 음악 산업을 한데 아우르는 ‘엔터테인먼트 엑스포 홍콩’ 개막식에서 홍콩무역발전국의 레이먼드 입 부총재의 표정은 특별히 더 즐거워 보였다. 물론 해마다 즐거운 행사지만 올해는 그만한 이슈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외국영화 상영을 연간 20편으로 제한하는 등 엄격한 스크린쿼터제를 적용해왔다. 또 외국 제작사들이 중국에서 자체적으로 영화를 공급할 수 있도록 촉구한 세계무역기구(WTO)의 판정에 상관없이 국영차이나필름그룹이 영화 수입을 관장하고 있다. 이에 미국 영화업계는 상영편수 제한으로 인해 중국에서 해적판 DVD 유통을 막을 수가 없다며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왔다. 그사이 2005년 1억5천만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중국 영화시장 규모는 2010년 15억달러로 5년 사이 10배 이상 커졌다. 지난해 상하이국제영화제를 찾은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등 수많은 인사들이 영화시장 개방을 가속화해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할리우드의 새로운 고민, 친아시아 콘텐츠를 개발하라

‘글로벌 마켓을 위한 스크린라이팅’ 컨퍼런스. 왼쪽부터 <뮬란>의 리타 샤오 작가, <쿵푸팬더>의 글렌 버거 작가,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의 제작자 트레이시 트렌치.

그런데 지난 2월 중국 시진핑 국가부주석의 방미를 계기로 미국영화의 중국 내 상영을 대폭 늘리기로 약속했고, 이제 중국 내에서 상영할 수 있는 외국영화는 2월18일부터 연간 20편에서 20편에서 14편 추가된 34편으로 늘었다. 단, 3D나 아이맥스영화여야만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기에 그것은 사실상 미국을 향한 특혜나 다름없다. 중국의 이런 약속은 시진핑 방미에 맞춰 발표된 선물 패키지 중 하나로, 중국은 아이오와주에서 43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콩 수입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LA에서는 상하이에 3억3천만달러 규모의 ‘오리엔탈 드림웍스’ 영화사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애니메이션 <쿵푸팬더>를 제작한 드림웍스가 중국 기업들과 합작해 상하이에 스튜디오를 건설하기로 한 것. 그리하여 드림웍스는 중국 현지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중국 정부의 까다로운 외국영화 검열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년 가까이 드림웍스 영화들이 중국 내에서 단 한번도 검열문제를 겪지 않은 ‘모범생’이었다는 점이 적극 반영됐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올해 필름마트에 유난히 미국 업체들의 참가가 늘고, 그런 관계를 대변하는 세미나들이 줄을 이었다는 점은 바로 그 ‘시진핑 효과’에 기인한다.

필름마트는 자타 공인 아시아 최대의 필름마켓이다. 칸 필름마켓까지 가기 힘든 아시아 영화인들이 홍콩으로 모이고, 아시아영화의 현재를 포착하려는 서구 영화인들도 우선 홍콩으로 모인다. 올해 필름마트는 전체적으로 보자면 규모가 10% 정도 늘었고 30개국 이상에서 640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방문자들은 50개국 이상에서 5200여명에 달한다. 지난해 필름마트에 참여한 업체 수가 처음으로 600개를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성장한 것. 더욱이 올해는 헝가리 필름펀드의 헝가리, 멕시코시티 필름커미션의 멕시코, 이즈미르 시네마 연합의 터키 등이 새로이 합류했고 싱가포르도 다시 부스를 열었다. 앞서 얘기한 시진핑 효과에 따라 ‘미국 파빌리온’의 규모는 더욱 커졌다. 지난해보다 25% 정도 확장된 규모로 40개 업체 이상이 홍콩을 찾았다. 거대한 중국시장으로의 진입을 노리는 할리우드 관계자들로서는 올해가 놓칠 수 없는 해였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눈길을 끈 세미나는 바로 <쿵푸팬더>의 시나리오작가 글렌 버거, <뮬란>과 <토이 스토리2>의 시나리오작가 리타 샤오,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와 <핑크팬더> 등을 제작한 트레이시 트렌치가 패널로 참가한 ‘글로벌 마켓을 위한 스크린라이팅: 최근 박스오피스에서 히트한 아시안 테마의 성장’이었다. 여러모로 <쿵푸팬더>는 할리우드 콘텐츠가 좁은 중국의 문을 뚫고 들어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데, 14편이 늘어난 중국 내 연간 외화개봉 편수를 아무래도 친아시아적 콘텐츠가 채울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 과연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을 나누는 자리였다. 글렌 버거는 “아시아를 소재로 한 이전 영화들처럼 캐릭터나 배경을 대충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쿵푸팬더>를 쓰면서 상하이에서 꽤 오랫동안 머물며 수많은 자료를 뒤적였다. 가장 중요한 검열문제를 생각할 때 ‘가족영화’로 풀어내는 것이 좋다”고 말했고, 리타 샤오는 “인도와 남미 등 새로운 시장을 고민하는 할리우드가 가장 눈독들이고 있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아무래도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일 텐데, 요즘엔 할리우드의 질투심이 느껴질 정도로 많은 제작자와 작가들이 중국적, 아시아적인 것을 고민한다”라고 말했다. 트레이시 트렌치 역시 “최근 할리우드 스튜디오들 사이에서 친아시아 콘텐츠에 대한 고민은 중요한 화두”라며 “새로운 부서를 만들고 전통문화에 대해 연구하는 등 전담팀을 꾸리는 일도 늘고 있다. 개봉 편수 자체가 늘어난 만큼 앞으로도 그런 트렌드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극장보다 모니터와 가까운 관객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온라인 배급의 새로운 양상’이라는 세미나 역시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시장의 비전을 점검 하는 자리였다. 월트디즈니의 아밋 말호트라 아시아 배급 담당 부회장은 “지금 세계는 극장보다 모니터와 가까운 ‘온라인 비디오 관객’이라는 새로운 관객 형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극장 관객 수의 증가가 정체돼 있다면 이들 새로운 관객은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며 “중국의 경우 여전히 극장이 커버하지 못하는 인구가 많을뿐더러 낮에는 모바일, 밤에는 PC, 그렇게 온라인으로만 영화를 접하는 젊은 관객 수가 엄청나다. 콘텐츠에 대한 고민은 배급에 대한 고민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올해 ‘대폭’ 개방의 신호를 보낸 중국시장이기에 필름마트를 둘러싼 그 열기와 희망은 예년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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