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PEN(E-PL!)이 등장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PEN은 언론과 마니아들이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품었고 한정수량으로 진행된 초판은 출시되자마자 매진돼버렸다. 이것은 본격적인 미러리스의 등장이었으며 디지털카메라의 새로운 ‘종’을 탄생시킨 하나의 사건이었다. 물론 당시 DSLR 시장은 미러리스의 등장을 크게 견제하지 않았다. 특히 캐논이나 니콘 같은 DSLR의 메이저 브랜드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올림푸스 PEN의 세 번째 모델이 등장한 지금은 어떨까? 어설프게 미러리스에 도전한 니콘은 최악의 휴대용 제품(니콘 J1)을 생산했다는 불명예를 안았고 캐논은 미러리스 시장의 분위기와 비슷한 유의 제품(G1X)을 출시하며 눈치를 보고 있다. DSLR의 메이저들이 허공에 삽질 중인 사이 미러리스 카메라들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급기야 ‘미러리스’라는 분류의 높은 성능을 가진 ‘하이브리드 플래그십’이란 카메라군이 형성되었다. 후지 XPRO나 소니 NEX-7 등이 그것. 그리고 여기 올림푸스 OM-D가 등장했다.
OM-D를 보며 바로 느낄 수 있는 것은 35mm 빈티지의 완벽한 재현이라는 것이다. 진한 레트로 스타일의 디자인은 아날로그 카메라의 그것인데 그 이유는 OM-D의 디자인이 올림푸스의 필름카메라 OM 시리즈를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굉장히 OM 시리즈에 충실한 디자인이다. 기존에 레트로 스타일의 많은 디지털카메라가 있었지만 이렇게 근사하게 아날로그를 뽑아낸 기기가 있을까 싶다. OM-D는 외형만 보자면 100점이지만 과연 이 외형에 기능을 얼마나 집약했는지가 궁금하다. 일단 마그네슘으로 제작된 몸체는 기계적인 성능에 신뢰감을 준다. 방진방적은 거의 DSLR에 필적하는 수준이란다. 기존 미러리스들이 방진방적에 다소 무리가 있었음을 생각한다면 굉장한 업그레이드인 셈. 물론 이 제품이 하이엔드급이라는 걸 잊지는 말자. 충실하게 레트로 스타일을 구현한 대신 그립감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날로그 카메라 중 그립감 좋은 게 있던가? 그러나 OM-D는 (필름 시절 리와인드 레버 모양) 부품 하나로 아주 간단하게 좋은 그립감을 완성했다. 디자인으로 편리성까지 확보한 아주 좋은 예. 뷰파인더도 반응성이 좋고 초점이 빨리 잡혀서 촬영에 부담이 없다. 새로운 EVF는 섀도톤까지 조절한다. OLED임에도 약간 답답해 보이는 후면 LCD는 아니나 다를까 터치패널이었다. 소니에서만 볼 수 있었던 틸트 LCD까지 탑재했다. 무엇보다 빈티지를 완벽하게 재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인터페이스는 기존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아 사용이 편리하다. 더군다나 휴대성도 좋고 크기도 기존 미러리스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버튼의 저항이 커서 버튼을 누르는 사용자는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아무리 봐도 이해할 수 없는 프리뷰 버튼과 펑션1 버튼의 위치는 LCD를 틸트시켰을 때는 문제없지만 일반모드에서는 누르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푸스가 또 하나의 히트작을 만든 것은 사실. 제발 가격 방어만 잘해서 사용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면 성공적인 모델로 길이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