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꼭 그렇게 계속 들고 다녀야 해요? =네. 저는 유튜브 시대의 일상 기록 강박증을 개념화한 캐릭터니까요.
-아무리 그렇다곤 하지만 말이 안되는 건 사실이죠. 친구가 빌딩에 자동차를 내다꽂는 멘털붕괴 폭주를 하고 있는데도 초능력으로 카메라를 띄워서 모든 상황을 촬영하다니.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이 영화가 나오지도 않았겠죠.
-그렇긴 하지만 어째 좀 자연스럽지 않은 건 사실이죠. 제가 사실 파운드 푸티지 장르영화에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캐릭터들의 행동을 아주 짜증스러워하는 편이어서요. 특히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를 볼 땐 “이 망할 놈의 인간아, 카메라 좀 내려놓고 도망을 치든가 하라고!”라며 소리를 꽥꽥 질러댔죠. =어쩌겠어요. 저처럼 이 장르의 캐릭터로 살아남으려면 말이 안되더라도 카메라를 꼭 붙들고 있을 수밖에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유튜브 시대의 일상 기록 강박증을 개념화한 캐릭터니까요.
-거 평론가 같은 말씀은 그만하시고. 요즘은 뭐하고 사십니까? 친구도 죽고 정체도 뽀록났고, 더이상 할 일이 없을 것 같은데요. 밥은 먹고 다니세요? =그래서 요즘은 철저한 가명으로 다른 밥벌이를 하고 다닙니다. 한동안은 비위생적인 식당을 몰래 촬영하는 식파라치로 활동하면서 돈을 벌었는데요 그것도 요즘은 영 벌이가 시원치 않더라고요. 신문을 보니까 경기도 분당에 사는 주부가 학파라치로 2년 동안 2억원을 벌었다기에 저도 그 업계에 뛰어들었죠. 그런데 요즘은 그 업계도 영….
-식파라치, 학파라치도 벌이가 시원치 않으면 요즘은 뭘해서 먹고살아요? =그래서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했어요. 하루 종일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빙글빙글 돌면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여자들을 찍어서 각종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에 올리는 거죠. 클릭 수가 높아지면 동영상에 광고가 들어오거든요. 그걸로 먹고삽니다. 지하철 막말녀, 맥주녀, 담배녀 그거 다 제가 찍어서 올린 거예요. 일종의 사 회정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해주세요.
-근데 왜 여자만 찍어요? 사실 지하철에서 막말하고 추행하고 술 먹고 담배 피우는 사람은 남자들이 더 많지 않나요? =그런 남자들은 하도 많아서 희소성이 없거든요. 일단 뒤에 ‘녀’자가 붙어야 클릭 수도 올라가고 흥행도 잘됩니다. 기자님도 잘 아시면서 뭐 그런 걸 물어봐요.
-그런데 ‘녀’시리즈도 요즘은 너무 많아져서 희소성이 없긴 마찬가진데, 이거 못하게 되면 무슨 일 해서 먹고살래요? =문제없어요. 요즘 MBC, KBS, YTN 등등 방송국들이 다 파업 중이라잖아요. 카메라맨이 필요한 곳은 어디에나 있어요. 제가 초능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앵글도 아주 기가 막히거든요. 나중에 문 후보가 야당 후보들을 금메달감 돌려차기로 돌려차는 장면만 찍으면 그걸로 저는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