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개봉하는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이하 <헝거게임>)의 제작자들은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어떻게 가져갈지 결정하는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제안을 내놓았다. “애팔래치안 음악(컨트리)이 300년 뒤엔 어떻게 들릴지 시도해보는 건 어때?” 원작 소설과 잘 어울린다고 판단한 제작진은 컨트리음악이 영화에서 성공한 선례를 찾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름은 딱 하나였다. 바로 티 본 버넷이다.
버넷은 원래 음반 프로듀서로 훨씬 더 유명한 사람이다. 월플라워스의 <One Headlight>, 카운팅 크로스의 <Mr. Jones>, 최근에는 그래미 시상식에 이변을 일으킨 로버트 플랜트와 알리슨 크라우스의 합작 <Raising Sand>도 그의 손을 거쳤다. 거장에서 신인에 이르기까지, 대중음악의 미국적 뿌리를 앨범에 담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타성에 젖었다고 할 정도로 자동적으로 그를 찾아간다. 티 본 버넷은 미국 전통음악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러나 요즘 그는 영화음악계에서 더 유명해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루츠 계열의 음악이 젊은 힙스터들 사이에서 새롭게 유행하고 있으며, 이 흐름을 반영해줄 전문가가 필요해지고 있다. 둘째, 그는 사운드트랙으로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까지 거머쥔 ‘검증된’ 음악감독이다. 바로 2000년작인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 말이다. 게다가 그는 2010년작 <크레이지 하트>의 <The Weary Kind>로 아카데미 주제가상도 수상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비교될 만큼 미국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야심작 <헝거게임>의 음악을 맡은 것은 그의 현재 위상을 말해준다. 원작 소설의 타깃층인 10대와 20대들이 열광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영화에서 버넷은 전혀 주저함 없이 자신의 주 종목인 컨트리를 짙게 깔아놓았다. 공개된 트랙리스트들을 보면 니코 케이스, 디셈버리스츠, 시빌 워스, 가장 유명하게는 테일러 스위프트에 이르기까지, 컨트리와 포크 뮤지션들의 이름으로 가득하다. 빠른 비트의 테크노와 힘있고 역동적인 록으로 채워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전례를 생각할 때 완전히 색다른 시도다. 버넷의 독특한 존재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버넷이 음악계에 처음 이름을 알린 것은 1975년에서 1976년까지 열린 밥 딜런의 전설적인 투어 ‘롤링 선더 리뷰’(Rolling Thunder Revue)의 백 밴드로서였다. 딜런은 이미 수백번 연주해서 닳고 닳은 자신의 옛 곡들을 새로운 밴드의 새로운 사운드에서 자유롭게 변형하길 원했는데, 버넷이 그 역할을 맡았다. 버넷은 투어 종료 뒤에 나머지 밴드 멤버들과 알파 밴드(The Alpha Band)를 결성했지만 대중적 성과는 좋지 않았고, 이후로는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최근의 팝 음악계를 살펴보면 주류의 일렉트로닉 일변도가 싫어서인지 (특히 인디 계열에서) 포크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그래서 멈포드 앤드 선스, 시빌 워스, 로라 말링, 신스 등 포크 계열 뮤지션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대중음악의 전성기인 60, 70년대를 풍미했던 거장들은 본인들의 뿌리로 돌아가겠다며 역시나 로큰롤 이전의 음악들로 컴백 앨범을 채우는 중이다. 포크는 이제 새로운 대세가 되었다. 그리고 이 흐름을 영화에까지 반영시키고픈 감독들은 습관적으로 티 본 버넷을 찾아가는 중이다.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의 <Safe & Sound> 스틸 기타가 포근하게 울리는 전형적인 컨트리음악이다. 대중음악의 전설로 누구든 참여시킬 섭외력을 가진 버넷은 틴 팝의 아이콘인 테일러 스위프트와 올해 그래미 포크 앨범 수상자인 시빌 워스를 한곡에 묶었다. 작곡은 버넷을 포함한 모두가 참여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기존의 발랄한 색깔을 걷어내고 더 진지하고 성숙한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