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왈종, <제주생활의 중도>, 2010, 150 X 231cm, 장지 위에 혼합
기간: 4월1일까지 장소: 갤러리현대 강남 문의: 02-519-0800
잘나가던 동양화과 교수가 갑자기 제주도로 떠나겠다고 짐을 꾸렸다. 낯선 제주도에 머물기를 20여년, 외로움에 고통스러운 나날도 있었지만 그의 작풍은 제주도의 자연을 만나 비로소 만개했다. 동양화가 이왈종 화백의 이야기다. 그의 작품세계를 아우른 개인전이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열린다. 회화, 부조, 목조, 도자기, 향로 등 작품 60여점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의 테마는 ‘제주생활의 중도(中道)’다.
“주체나 객체가 없고 크고 작은 분별도 없는 절대 자유의 세계를 추구하는 것.” 이왈종 화백이 밝히는 ‘중도’의 의미다. 그의 말을 반영하듯 이왈종 화백의 동양화에서 나무와 꽃은 사람과 집만 하거나 혹은 더욱 거대한 크기로 묘사된다. 사람의 눈으로 볼 때는 작은 미물일지 모르나, 생명의 크기로 따지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식물이나 모두 다 동등한 존재라는 뜻에서다. 골프를 소재로 한 작품들도 재미있다. 흐드러지게 꽃이 핀 제주의 자연을 배경으로 골프 때문에 울고 웃는 사람들(이왈종 화백의 유일한 취미가 골프다)을 묘사한 그림은 풍자와 해학을 담은 ‘민화’를 닮았다. 무엇보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그건 그림을 그리는 이의 행복이 고스란히 보는 이에게 전달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온갖 생명을 벗삼아 살아가고 그 삶을 그림으로 옮기는 이왈종 화백의 작품을 보며 얼마 전 강정마을에서 체포된 평화활동가 엔지 젤터의 말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내 이름은 구럼비, 국적은 세계 시민, 주소는 강정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