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2002 신인감독 14인] <명랑만화와 권법소년>(가제)의 조근식 감독
2002-01-18

네가 양아치의 순정을 아느뇨?

영화아카데미 13기. 충무로에 어느 기수가 많이 데뷔했냐는 세간의 잣대로만 보면, 고참 기수에 비해 아직까진 열등하다. 따져보면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의 민규동과 김태용 둘뿐이다. 하지만 단순한 그 기준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아직 이른 판단일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조근식 감독의 데뷔는 4년 전, 졸업작품전에서 영화인들에게 고른 수준, 너른 관심을 선보여 남다른 기대를 모았던 이들 13기의 저력을 재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는 당시 남의 시를 수첩에 적어두는 버릇이 있는 여자와 청각장애인이지만 감성적인 남자의 어긋남을 통해 탄탄한 드라마를 선보였던 <워너비>를 공동연출, 호평을 받았었다.

그런 그였지만, 영화와의 만남은 ‘3수’ 끝에서야 발견한 우연이었다. 국문학과와 철학과를 번갈아 써내며 대학문을 두드렸지만, 그에게는 출입이 허락되지 않았다. 군대에 끌려가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당시 서울예대 미술과에 적을 두고 있던 친구의 조언을 듣고서 남산의 캠퍼스로 발길을 옮겼다. 그렇다고 영화과를 택한 건, 자신도 모르고 있던 욕구의 뒤늦은 발현 때문은 아니었다. 까닭은 단 하나. “미모의 여학생들이 많다”는 소문 때문. 하지만 “진실이 아니었음을 확인한 순간”부터 매 학기 1편씩 만들어 제출해야 했던 교칙상 8mm 홈비디오를 들고 뛰어야 했다. 그리고 함께 만든 이들과 시사실에서 어울려 자신들이 찍은 흔적들에 왠지 모를 희열이 투사되는 걸 경험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전설의 장산곶매 선배들과 모르는 것 없는 영화광 동기들 사이에서 서성이면서, 영화는 기쁨인 동시에 콤플렉스를 안겨줬다. 곧바로 현장에 들어가지 않고 “더 배워야 한다”며 별 망설임 없이 영화아카데미에 들어갔던 것도 그런 연유. 그곳에서 그는 소중한 친구들, 민규동, 김태용, 박윤경을 얻기도 했다. 97년 백댄서 아이들 셋을 쫓아다니며 찍은 <열일곱>은 이들 셋이 공동으로 연출하고, 그가 촬영을 맡은 작품. “화면과 사운드의 조합이 수준급이었다”는 칭찬을 듣긴 했지만, 돌이켜보면 “심한 기계치였는데 도대체 내가 저걸 어떻게 찍은 거지”라고 스스로를 향한 반문이 고개를 들기도 한다. 하긴 학교에서 8mm 카메라를 처음 보았을 때는 모양새롤 보고서 “무슨 헤어드라이기인 줄 알았다”라고 하니, 대단한 발전이긴 하다.

<거짓말>. 그에게는 유일한 충무로 현장 경험이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그는 얼마되지 않아 예전부터 궁리했던 아이템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지금 시나리오가 거의 완성된 <명랑만화와 권법소년>이 그것. 처음엔 그냥 “얼굴 하얀 소녀와 양아치 같은 남자애의 사랑이야기”였지만, 자신이 살아온 80년대의 갑갑한 시간축과 학교라는 답답한 공간축을 사용, 재미나게 격자를 짜보고 싶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아직 그의 맘이 흡족하진 않다. “처음에 반짝이며 생동감 있던 캐릭터가 내러티브를 다듬으면서 조금씩 깎인 것 같아서다. 드라마 내에서 기능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쫑알대는 녀석들의 이야기를 내가 받아쓰는 순간이 되면 좋겠는데…” 더 다듬고 싶지만, 정신없을 촬영현장이 그를 지금 부르고 있다. 글 이영진 anti@hani.co.kr·사진 오계옥

어떤 영화?

제작사 KM컬쳐 출연캐스팅 중 3월 크랭크 인

문덕고의 1인자인 중필은 그야말로 살아 있는 전설이다. 전국체전 입상자인 대명고의 태권도 부장도, 난폭하기로 유명한 강성고의 헤글러도 그의 무공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소문이 내려온다. 교내 폭력서클인 단군파도 풍문 때문에 때론 어리숙해 뵈는 그를 어쩌지 못한다. 그런 천하무적 중필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다. ‘철가면’이라는 별명의 학생주임 선생 때문. 중필은 미용실을 운영하는 홀어머니를 짝사랑하는 철가면이 자신에게 과도한 관심을 쏟는 것이 영 마뜩찮다. 부담스럽다. 춘화를 미끼로 삥을 뜯거나 당구장을 들락거리는 것이 예전같지 않은 중필은 고작해야 초코우유를 마시며 무료한 학교생활을 달랜다. 그런 중필에게 치아교정기를 달고 다니는 새하얀 얼굴의 소녀 민희는 뒤늦게 발견한 생의 기쁨. 하지만 그것도 잠시. 험악한 외모의 칼잡이 상만이 전학오면서 중필은 첫사랑 대신 결투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2002 신인감독 14인 출사표

▶ [2002 신인감독 14인] 의 김현석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아유레디?>의 윤상호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데우스 마키나>의 이현하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김동원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귀여워>의 김수현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라이터를 켜라>의 장항준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명랑만화와 권법소년>(가제)의 조근식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정글쥬스>의 조민호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일단 뛰어!>의 조의석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서프라이즈> 김진성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오버 더 레인보우>의 안진우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연애소설>의 이한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로드무비>의 김인식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의 이종혁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