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1. 크기: 182.0 x 18.6 x 83.5mm(W x H x D) 2. 무게: 279g 특징 1. 깜짝 놀랄 만큼 가볍고 뛰어난 조작감. 2. 다양하고 깊이있는 전용 게임, 발매될 게임들. 3. 아, 배터리. 3시간은 너무했다.
소니가 내놓은 포터블 게임기 PS VITA(이하 비타)를 두고 누군가가 말했다. “너무 시대착오적인 것 아닌가.” 틀린 말은 아니다. 스마트폰이 게임시장의 주인공이 된 지금, 굳이 휴대용 게임기를 만들 이유가 있었을까.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게임 왕국 닌텐도가 얼마 전 누적된 적자로 주주들에게 고개를 숙였던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론이다. 포터블 게임의 절대 강자였던 닌텐도 DS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지금, 소니는 바로 이 비타를 내놨다.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직접 만져본 비타는 깜짝 놀랄 만큼 가볍다. 비슷한 크기의 스마트폰들과 비교해도 인상적일 만큼 가볍다. 손과 혼연일체가 된 것 같은 그립감도 훌륭하다. 시간이 흘렀으니 당연한 결과겠지만, 5인치 LCD(OLED 디스플레이)를 포함해 하드웨어 자체도 이전의 PSP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소니는 비타를 내놓으면서 ‘플레이스테이션3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적이 있는데, 동봉된 게임을 함께 실행해보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고 느낄 만큼이다. 게다가 십자키와 아날로그 스틱, 버튼의 안정감도 확실히 ‘게임 전용’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적절하다. 와이파이 기능이 있어 기본적으로 웹서핑 정도는 가능하니 어느 정도는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비타 자체를 두고는 특별한 단점을 찾기 힘들 만큼 훌륭하다. 하지만 비타를 하루 정도 손에 쥐어보고 난 지금, 마음은 복잡하다. 정말, 이 게임기가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때문이다.
비타의 한국 발매 가격은 36만원이다. 기계의 가격만이다. 더 큰 문제는 소프트웨어 비용이다. 현재 비타용 게임의 가격은 개당 4만∼5만원 선이다. 스마트폰으로 단돈 0.99달러, 비싸도 4달러면 게임을 즐길 수 있던 사람들이 (아무리 퀄리티가 뛰어나다 해도) 과연 10배, 20배의 가격을 지불할 것인가의 문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스마트폰용으로 출시되는 그 수많은 게임들의 퀄리티를 생각해보면, 그리고 스마트폰들이 계속 성능을 업그레이드할 것을 감안하면, 비타의 성공에는 비관적인 마음이 든다. 가격대 성능비의 문제인 것이다.
분명 하드코어 게이머들은 비타의 등장에 환호할 것이고, 충분히 재밌게 즐길 것이다. 나 역시 비디오 게임을 즐겼던 세대로서 비타가 정말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내 마음 따위 아랑곳없이, 시장의 평가는 냉혹할 것이다. 오랫동안 콘솔 게임을 즐겨온 마니아들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잘 만든 비운의 컬트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