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망, <Untitled>, 2003, Wood, acrylic paint and casings on stretched canvas, unique piece, 61 x 80 x 11.5 cm
장소: 오페라갤러리 기간: 3월18일까지 문의: 02-3446-0070
“데미안 허스트(1965~2012).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아티스트, 풀타임 사업가, 파트타임 예술품 수집가, 때때로 레스토랑 경영자(중략)였던 그가 1월12일 뉴욕에서 고이 잠들었다.” 지난 1월, <빌리지 보이스>의 이 넉살 좋은 기사 때문에 트위터에선 한동안 데미안 허스트의 사망 루머가 떠돌아다녔다. 유쾌한 해프닝이었지만, <빌리지 보이스>에 이 점만은 꼭 지적하고 싶다. 허스트의 가상 부고 기사엔 다음과 같은 문장이 포함되었어야 했다고. “데미안 허스트는 현대미술계에 파격과 전복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마르셀 뒤샹의 적법한 후계자라 할 만하다.”
마르셀 뒤샹이 남성용 소변기를 <샘>이라 부른 뒤, 예술의 모든 가능성이 활짝 열렸다. 어떤 이는 기성품을 예술의 새로운 오브제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또 어떤 이는 회화를 뛰어넘은 표현방식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리햅: 마르셀 뒤샹에게 바치는 헌사>는 뒤샹이 씨를 뿌린 새로운 패러다임이 후대에 이르러 어떤 열매를 맺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다. 사물을 쌓아올려 3차원적인 입체작품을 만드는 ‘아상블라주’의 대가 아르망부터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물과 장소를 포장하는 불가리아 작가 크리스토, 구리, 철 등의 인공적인 소재로 동물의 생명성을 표현하는 피에르 마터 등 20여 작가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굳이 설명할 필요없는 거장과 비교적 최근에 명성을 얻은 중국의 캉용펑 같은 작가들을 고루 배치해 뒤샹의 영향력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