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펙 3웨이 방식 인이어 이어폰, 베이스/하이 부스트 필터, 8옴, 15mw input power 2. 특징 160만원 상당의 소리를 가진 160만원짜리 럭셔리 하이엔드 이어폰
우리가 마니아의 세계를 경탄해하면서도 손가락질하는 것은 항상 금전적인 부분과 비례된다. 얼마 안되는 월급에 한달 생계도 버거운 마당에 그들이 말하는 물건들의 가격은 몇 십만원은 우습고 기백 만원은 되어야 명함이나 내밀고 있으니, 소형차 한대 값의 자전거를 보는 것이나 헤드폰 하나에 몇 백만원을 지출하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의 현실과 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들을 향한 손가락질에 섞여 있는 감정의 대부분은 질투일 것이다. 우리도 돈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 자전거에 좋은 헤드폰을 써보고 싶다. 어디 좋은 것 써보고 싶다는 감정 앞에 남녀노소 계급과 지위가 따로 있겠는가. 그런데 여기 또 우리네 보통 사람들에게 손가락질과 질투를 한몸에 받을 만한 제품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이어폰이다. 무려 100만원이 넘는 AKG K3003이다. 지난해에 출시되었지만 최근 재고가 들어오며 본격적인 판매를 하고 있단다.
진정한 프리미엄급(비싼 제품) 제품을 접할 때 그 성능에만 만족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프리미엄에 걸맞은 대접? 제품에서는 이런 것들을 제품의 포장에서 찾고는 한다. AKG K3003은 이런 면에서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이어폰’이라는 제한적인 제품에서 구현할 수 있는 옵션들은 모두 들어가 있는 듯하다. 일단 이어폰 같지 않은 커다랗고 다부진 박스가 멋지다. 자석으로 열고 닫히는 박스는 융이 한장 깔려 있고 그것을 걷어내면 비로소 제품 확인이 가능하다. 일단 여기까지도 입가에 미소가 걸리게 한다. 그래 가격이 이러면 이 정도는 돼야지 하는 기준에 걸맞다고나 할까. 일단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가죽 재질의 이어폰 케이스, 그리고 K3003과 베이스/하이 부스트가 가능한 이어폰 필터, 금속 패널에 AKG 로고와 시리얼 넘버를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비싼 제품답게 해놨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총 2층 구조의 박스는 2층을 걷어내니 1층 구조가 드러난다. 비행기용 어댑터와 이어폰팁이 잔뜩 들어 있는 박스, 설명서 등이 보인다. 구성 자체는 만족스럽다. 물론 혹자는 이런 화려한 구성은 성능이 달리는 단점을 상쇄하기 위한 것이다, 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K3003의 외형을 보면 바로 그 혹자의 말이 맞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잠시 하게 된다. 100여만원이 넘는 가격이라면 그만한 외형적인 퀄리티를 보여주는 것이 당연할 터. 하지만 약간 무성의한 느낌의 외형은 무엇일까? 이 정도 퀄리티의 외형은 10만~20만원대의 제품들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 않은가. 오스트리아에서 수작업으로 만들었기에 이런 것일까? 차라리 중국에서 만들고 인건비로 퀄리티를 높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소리가 관건인 상황이다. K3003 소리의 핵심은 밸런스다. 고역이나 중역, 저역으로 쏠리지 않은 소리의 밸런스는 음악 감상을 편안하게 한다. 물론 개성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밸런스의 접점을 찾았을 때의 소리는 개성을 논할 여지가 없다. 해상력의 우수함과 허리 역할을 탄탄하게 해주는 중역, 굳이 부스트를 쓰지 않아도 적당한 저역대의 소리는 확실히 고급 오디오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다. 충분히 가격만큼의 소리를 들려준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