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크기: 621 x 482 x 205mm(W x H x D) 무게: 8.4Kg, 모니터 크기 27인치 특징 1. 아이맥과 승부해볼 만하다. 성능도, 가격도, 디자인도. 2. 모니터 두께는 고작 11.7mm. 페이퍼 컷? 아니 LCD 컷. 3. 27인치 제품치고는 아쉬운 모니터 해상도.
지난해 중순쯤, 느닷없이 잘 쓰고 있던 데스크톱 PC를 창고에 집어넣어버렸다. 기분이 심하게 다운됐던 그날, 방을 쓸고 닦으며 목격했던 본체와 모니터 사이의 그 수많은 선들이 갑자기 내 뇌세포들을 부정적으로 움직여버렸다. 수챗구멍을 가득 메운 머리카락 더미 같던 그 선들을 당장 없애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실행은 놀랄 만큼 쉬웠다. 두번 다시 안 볼 것처럼 그 선들을 본체에서 뽑아버린 뒤, 당장 용산으로 달려가 노트북을 샀다. 다른 건 다 참아도 자판 작은 건 못 참는 성격이라 17인치 모니터를 가진 제일 큰 노트북을 골랐다. 하지만 노트북을 쓰다 보니 이것도 생각보다 썩 달갑지 않았다. 우선 LCD의 크기가 문제였다. 34인치 TV와 22인치 모니터에 익숙해져 있던 눈은 17인치 모니터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답답한 맘이 컸다. 자판도 문제였다. 평상시 자판을 ‘키보드야 깨져라’ 식으로 두드리는 편이라 노트북의 ‘나이브한’ 키감이 도무지 성격에 맞지 않았다.
그렇게 언젠가부터 회사 디자인팀이 사용하는 27인치 아이맥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니까 이른바 올인원 PC라고 불리는 것들. 선 처리는 깔끔하고, 모니터도 크며 키보드도 맘껏 쓸 수 있는. 게다가 인테리어용으로도 손색없을 디자인이나 본체보다 더 예쁜 청출어람 액세서리들. 노트북을 팔고 아이맥으로 바꿔볼까, 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맥은 맥이라는 것. 나처럼 맥용 OS에 길들여지지 않은 사람들은 윈도 사용을 위해 부트 캠프(맥용 OS를 윈도로 변환해주는 프로그램)를 사용해야 하는데, 내가 그래픽 디자이너가 아닌 이상 그건 아무래도 소모적인 일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격도 너무 비쌌다. 하지만 내 고민 따위는 아랑곳없이 아이맥의 판매량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
어쨌든 애플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부정적인 의미건 아니건)임이 확실할 삼성이 그대로 있을 리 없다. 이번에 삼성이 발매한 ‘올인원 PC 9’이 그 주인공이다. 삼성은 이전에도 올인원 PC를 몇번 제작했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 제품들은 별로였다. 성능을 떠나 너무 못생겼던 탓이다. 하지만 이번 제품은 조금 다른 면모를 보인다. 우선 아이맥을 의식한 듯 디자인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신선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모았던 삼성의 LCD 모니터를 기반으로 한 비대칭 디자인은 시각적으로도 그렇지만 공간 활용 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그럼 성능은 어떨까. 모든 PC는 가장 최근에 나온 제품이 가장 훌륭한데, 이 제품 역시 그렇다. i7 2600S 프로세서를 비롯해 1TB 하드디스크, USB 3.0, 블루레이 등 넣을 수 있는 건 다 넣었다. TV 튜너가 탑재돼 TV 시청은 물론 예약 녹화까지 가능하고 윈도7을 기본 탑재하고 있는 만큼, 여러 가지 면에서 더욱 편리한 것도 사실이다. 기능은 최대한 많이 넣고 보는 ‘한국식 올인원 PC’라고 할 만하다(애플보다야 AS는 나을 테고 말이다). 아이맥에 비해 모니터 해상도가 낮은 편인 건 아쉽지만, 그걸 상쇄할 만한 장점(고사양을 비롯해 특히 USB 3.0 기능)도 많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가격이다. 현재 아이맥 최고 성능 제품의 가격과 올인원 PC 9의 실제 판매 가격은 220만원대로 엇비슷하다(말 그대로 아이맥의 시장을 노리고 진입한 킬러 제품인 셈이다). ‘앱등이’가 아닌 다음에야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건 이 제품이 나름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된다. 나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당신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