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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낮은 목소리의 위로

<50/50> O.S.T

1년 전, 어머니는 척추암 판정을 받았다. 종양의 크기나 진도는 ‘열어’봐야 안다고 했다. 인터넷으로 ‘척추암’을 검색하니 ‘50:50’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당장의 변화는 없었다. 몇 가지 검사를 하고 수술 날짜를 잡고 입원 준비를 했다. 수술 전엔 담당의사의 설명도 듣고 ‘일반적인 서류’에 사인도 했다. 수술이 시작되고 나는 대기실에 앉아 노트북으로 마감 임박의 짧은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끝내지 못했다. 수술은 9시간 만에 끝났다. 의사는 “수술이 무척 난해했고, 예상 밖의 상황이 생겨 신경을 몇개 제거해야만 했지만 무사히 잘되었다”고 말했다.

<50/50>에도 이러한 장면이 나온다. 그때 많이 울었다.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다는 막막함, 그럼에도 마침내 좋은 소식을 들으리라는 기대가 마음 깊은 곳의 불안을 애써 억누르던 감각이 상기됐기 때문이다. 그때 흐르던 브루클린 밴드 라이어스의 <The Other Side of Mt. Heart Attack>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무기력과 불안과 기대를 넘나든다. 낮은 목소리의 위로 같은 소절이 드럼과 코러스에 섞여 반복된다. 어머니는 12번 흉추 대신 인공 뼈와 지지대를 이식했다. 지금은 좋아하는 뒷산에도 오르고 여행도 다니신다. 해피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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