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 게임: 판엠의 불꽃>
감독 게리 로스 / 출연 제니퍼 로렌스, 조시 허처슨, 리암 헴스워스, 우디 해럴슨 / 개봉예정 4월11일
UP 꽃소년소녀의 살인게임. 키워드만으로도 끌린다. DOWN 서바이벌 장르와 하이틴 로맨스 사이의 균형 잡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등장 인물도 너무 많다.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남긴 교훈이 있다면, 그건 10대 소녀들의 지갑을 우습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흥행 수익을 올린 이 시리즈는 올해 말 개봉하는 <브레이킹 던 part2>(미국 개봉 11월16일)로 막을 내린다. 뱀파이어 에드워드의 퇴장과 함께 소녀들의 지갑은 닫힐 것인가? 답은 ‘아니오’다. 매력적인 10대 소년소녀 캐릭터로 무장한 <헝거 게임: 판엠의 불꽃>(이하 <헝거 게임>)이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헝거 게임>은 전세계적으로 1600만부가 판매된 수전 콜린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독재국가 판엠의 지배를 받는 12구역은 매년 두명의 소년소녀를 추첨으로 선발해 ‘헝거 게임’에 참여시킨다. 잔혹한 살인의 게임 끝에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자는 우승의 영예와 평생의 부를 보장받는다. 12구역의 소녀 캣니스(제니퍼 로렌스)는 추첨에 뽑힌 동생을 대신해 헝거 게임의 참가자로 나선다.
싱그러운 소년소녀들이 무시무시한 무기로 무장한 채 서로의 목을 베어낸다는 설정에선 <배틀 로얄>이, 여주인공 캣니스를 중심으로 애정 전선이 형성된다는 점에선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떠오른다. 어찌됐건 이 영화가 다채로운 액션과 하이틴 로맨스의 낯간지러움 사이 어딘가에 승부수를 걸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빅>의 각본, <플레전트빌> <씨비스킷>의 연출을 맡으며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검증받아온 게리 로스의 장점이 하이틴 블록버스터와 어떻게 결합될지 기대해보아도 좋을 듯하다.
<호빗: 뜻밖의 여정>
감독 피터 잭슨 / 출연 마틴 프리먼, 이안 매켈런, 리처드 아미티지, 케이트 블란쳇, 엘리야 우드 / 개봉예정 12월14일
UP 톨킨의 거만한 난쟁이들과 피터 잭슨의 재기가 만났을 때. DOWN ‘반지 3부작’을 거치며 중간세계에 피로감을 느끼는 관객도 있을 터.
중간세계를 향한 피터 잭슨의 여정이 다시 시작됐다. <반지의 제왕> 3부작의 프리퀄인 <호빗: 뜻밖의 여정>(이하 <호빗>)이 올 12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반지의 제왕> 3부작의 엄청난 성공을 담보로 보다 순조롭게 진행될 프로젝트라 짐작했지만, <호빗>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반지의 제왕>의 제작사 뉴라인 시네마에 흥행수익 배분문제로 소송을 제기했던 피터 잭슨이 감독직에서 하차했고, 새롭게 연출을 맡은 기예르모 델 토로는 제작 기간이 지연되자 다른 프로젝트를 찾아 떠났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겪은 뒤 제작자로나마 <호빗>에 몸담고 있던 피터 잭슨이 마음을 돌려 최종적으로 감독을 맡게 됐다.
피터 잭슨이 다시 톨킨의 세계로 뛰어들게 된 이유는, 재미있게도 “난쟁이들”때문이다. “<호빗>은 <반지의 제왕>보다 훨씬 유머러스한 영화가 될 거다. 그 유머는 캐릭터로부터 비롯된다. 나는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난쟁이들의 솔직담백한 모습을 담을 거다.” 잭슨의 말에 따르면 <호빗>은 <반지의 제왕>의 무게감을 덜어내고 피터 잭슨 초기작의 재기발랄함을 연상케 하는 정서와 장면들을 마련해놓은 듯하다. 하긴 톨킨의 <호빗> 또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한 베드타임용 동화책이 아니었던가.
<호빗>은 올해 말 개봉하는 <호빗: 뜻밖의 여정>과 2013년 개봉예정인 <호빗: 데어 앤드 백 어게인>의 2부작으로 나뉘어 제작된다. 1편은 <반지의 제왕> 프로도(엘리야 우드)의 삼촌 빌보(마틴 프리먼)에게 13명의 난쟁이들이 찾아와 용 스머그(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빼앗긴 고향과 보물을 찾아달라고 부탁하고, 빌보가 그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고블린, 트롤에게 쫓기고 요정왕에게 감금되었다가 극적으로 탈출하는 장면들이 볼거리로 예상되지만 무엇보다 기대되는 건 빌보가 홀로 절대반지를 찾고 처음으로 골룸을 만나는 장면이다. 1초에 48프레임을 보여준다는 웨타 디지털의 진보된 기술력, 3D로 만나게 될 중간세계의 환상적인 모습 또한 관전 포인트다.
백설공주 VS 백설공주
동화를 원작으로 하는 신작들 동화의 정령이 영화제작자들에게 주술이라도 건 모양이다. 그림 형제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두편의 백설공주 영화가 올해 연달아 개봉하고, 헨젤과 그레텔 남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헨젤과 그레텔: 마녀 사냥꾼 3D>와 브라이언 싱어가 메가폰을 잡은 ‘잭과 콩나무’ 원작의 <잭 더 자이언트 킬러>가 2013년 개봉 대기 중이다. 첫 번째 ‘빅 매치’가 이뤄지는 시기는 올해 5월이다. 타셈 싱의 <백설공주>가 5월3일, 루퍼트 샌더스의 <스노 화이트 앤드 헌츠맨>이 5월31일 개봉하면서 두편의 백설공주 영화는 맞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을 통해 극한의 미장센을 보여준 타셈 싱과 백설공주 영화가 첫 데뷔작인 신인 루퍼스 샌더스의 영화는, 공개된 트레일러만 보아도 판이하다. 먼저 타셈 싱의 <백설공주>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재현한 듯 곱고 아름답다. 청초한 얼굴에 검은 머릿결의 백설공주로 분한 릴리 콜린스와 특수 촬영이 아닌 실제 난쟁이 배우들로 구성된 일곱 난쟁이들은 동화책에서 툭 튀어나온 듯하다. 왕비 역을 맡은 줄리아 로버츠는 왕자 아미 해머를 유혹하고 더 아름다워 보이기 위해 코르셋을 동여매다 숨이 막히는 등 유머러스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반면 <스노 화이트 앤드 헌츠맨>은 중세 판타지영화 같은 느낌을 풍긴다. 백설공주라기보다는 잔 다르크에 가까운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모습이 그렇고, 가만히 당하느니 왕비에 맞서 싸우라며 그녀에게 칼을 쥐어주는 사냥꾼 크리스 헴스워스의 모습도 상상 속 동화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루퍼트 샌더스는 자신의 영화를 <반지의 제왕>에 비유했는데, 그 비유가 훗날 과장으로 밝혀지더라도 <스노 화이트 앤드 헌츠맨>이 백설공주 동화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보여줄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